- 열린마당
열린마당
인사, 가장 맛있는 말
“어머, 안녕하세요? 일찍 나가시네요.”
“어머, 안녕하세요? 퇴근하시나 봐요. 날씨가 많이 덥죠.”
“어머, 안녕하세요? 외출했다 돌아오세요?”
우리 아파트 6층에 사는 젊은 주부. 누굴 보더라도 그 상황에 맞게 날씨든 시간이든 꼭 덧붙여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참 잘 하신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상냥하고 친근한 이웃이다. 자랄 때부터 가정교육 제대로 받은 분이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인사하기 어려운 민족이다. 얼굴이 늘 굳어 있으니 인사를 먼저 건네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인사처럼 우리 사회를 밝고 친근하게 하는 매개체도 드물다.
용기를 내어 나도 6층 주부처럼 먼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를 그렇게 하니 이제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도 계신다. 한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 분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아, 네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타이밍을 또 놓쳤네요”라며 겸연쩍어 하셨다. 결과적으로는 6층 주부가 아주 기막힌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다.
최근에 모 여성단체가 주관한 교양강좌에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그 자리서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30명이 일정한 공간에 모였고, 우리들에게는 한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상대방과 한 개의 ‘스티커’를 서로 교환해야 하며, 모두가 서로 다른 색의 스티커 30개를 모으면 과제는 끝난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 단 한 명도 스티커를 제대로 모으지 못한 채 과제를 포기했다. 이유는 서로 생면부지인 상대방에게 느닷없이 다가가서 인사를 먼저 건네고 스티커를 나누자고 하기가 서로들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과제를 중단하고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서로 다른 색의 스티커를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의견을 나눴다. 우리들은 결국 둥글게 둘러앉았고, 한 명씩 출발해 상대방과 인사를 나누며 스티커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도미노를 연상시키듯 30명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단 5분 만에 모두 30개의 스티커를 나눠 갖고 과제를 해결했다.
이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 내가 먼저 나서서 마음을 열고 말을 건네고 인사하고 대화를 하면 뭐든지 다 해결된다는 너무나 쉽고 간단한 진리를 깨우쳐 준 것이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사람과 인사를 해보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손을 내밀어 대화도 나눠보자. 어쩌면 지금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일이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학 섭 (학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