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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소식지 : 205 호

‘아빠 훈련소’

며칠 전 외신을 들으니 미국에서는 현재 ‘아빠 훈련소’라는 게 무척 인기라는 소식이다.
예비 아빠를 대상으로 기저귀 갈기와 목욕시키기 등 아기 돌보는 법과 산모의 심신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곳인데 무려 미국 전역의 43개 주에 개설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 남성들, 즉 아기를 둔 아빠들은 이런 아빠 훈련소 같은 게 전혀 필요 없을 만큼 잘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전혀 “아니옵니다”이다.
필자도 주변에 이미 결혼해 사는 친구들이 많은데 아기 키우는 중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그리고 적잖은 친구들은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이유는 여전히 우리나라 남자들의 권위주의가 남아 있고, 직장 다니다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아내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하고, 심지어 나몰라라 하는 남편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정말 내가 왜 이런 남자와 살아야 하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는 친구도 있는데, 그나마 도와준다고 하는 남편들도 아기 키우는 일, 육아에는 참 어리숙하고 잘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번에 외신에서 들은 대로 ‘한국식 아빠 훈련소’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TV드라마에선 임신만 했다 하면 다들 기뻐 난리지만 현실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여성들의 고민거리다.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당황하는 남편 때문에 서운한 아내도 있고,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여성도 적지 않다. 만삭이 되면 회사는 어떻게 하나, 누가 돌보나 등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일은 더 커진다.
집에 있어도 여자 혼자 아기를 키우자면 보통 힘든 게 아니며 일하는 여성은 더더욱 걱정이 태산 같아진다.
낮엔 누가 봐줘도 밤엔 거의 엄마 몫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다 한다는 게 거의 철인에 가까워야 하니까.
사정이 이런데 육아를 돕기는커녕 자신에게 신경을 덜 써준다고 투정하는 남편도 있으니 여자는 지치고 피곤해질 것이다. ‘산후 우울증’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닌 셈이다.
우리야말로 아빠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아빠 훈련소. 우리 우리지역에 이런 거 하나 만들면 어떨까. 시민사회 프로그램으로라도.

 

권 순 도 (학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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