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문화
총게시물 : 2건 / 페이지 : 1/1
- 옛 엄궁회센터, 523갤러리로 화려한 변신
- ㈜라텍, 작가·주민들에게 무료 개방… 개관 기념으로 ‘철이 전하는 특별전’·초대작가 5인전 개최 옛 엄궁회센터가 주민 누구나 예술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532번길 94에 위치한 옛 엄궁회센터 3층 건물을 인수한 ㈜라텍(대표 최정삼)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12월 1일 ‘523갤러리’를 오픈했다. 523갤러리 1층에는 카페가, 2층과 3층에는 각각 330㎡(100평) 규모의 전시실이 들어서 있다. 2층의 경우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며, 갤러리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2층에서는 부산 출신 조각가 ‘우징’의 특별개인전 ‘철이 전하는 메시지 – 그 두 번째 이야기’가 2019년 2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철과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로 만든 작품 ‘풍경소리1~5’를 비롯해 철에 생명을 불어넣은 ‘우징’ 작가의 작품 26점을 선보이고 있다. 3층에서는 개관기념 기획전으로 ‘초대작가 5인전’이 새해 1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상식·정지태·권순교·백성흠·박정열 작가의 작품 26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라텍 최정삼 대표는 “사옥 공사 후 사무실과 공장으로 사용하고 남은 공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갤러리를 설치해 작가들과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아마추어 작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무료로 대여할 계획”이라며 “사상구민은 물론 부산시민 누구나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002년 설립한 ㈜라텍은 국내 주요 중공업 3사 등 해양플랜트 사업 분야와 한국항공우주연구소의 나로호 관제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히든 챔피언)이다. 문의: 523갤러리(☎010-9136-1523)
- 2018-12-30
- 시가 있는 창 (58) 호미를 닮아 가는 삶
- 호미를 닮아 간다. 가늘게 휘어 굽은 슴베를 닳아 둥글어진 앞날을 손때 묻은 나무 자루를 자식 뒷바라지에 호미를 닮아 간다. - 신기용 자작시, 「농로(農老)」 전문 늙은 농부는 호미를 닮아 가는 삶을 산다. 낡은 호미는 늙은 농부를 닮아 간다. 그 호미는 낡은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이다. 늙은 호미! 시골엔 농사를 짓는 젊은이가 드물다. 늙은 농부만이 시골에 남아 농사를 짓는다. 그들에겐 호미질이 일상이다. 호미질이 버겁지만, 그들 스스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인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밭일하는 늙은 농부를 볼 때면, 거의 호미를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호미와 한 몸이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호미를 들고 밭고랑과 밭이랑의 구석구석을 쪼아댄다. 잠시 허리를 펴고 땀을 닦을 때도 좀처럼 호미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은 손에 쥔 호미와 영락없이 빼닮았다. 호미를 닮아 간다. 가늘게 휘어 굽은 슴베를 닮아 가고, 닳아 둥글어진 앞날을 닮아 간다. 손때 묻은 나무 자루를 닮아 간다. 호미를 닮아 가는 것은 자식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다. 날이 둥글어진 늙은 호미, 그도 호미로 생명을 얻어 태어났을 땐 날카로웠다. 그 예리한 날로 땅을 파고, 풀뿌리를 난도질했었다. 호미는 늙은 농부를 닮아 간다. 늙은 농부의 휘어 굽은 허리를 닮아 가고, 닳아빠진 앞니와 관절을 닮아 간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살갗을 닮아 간다. 늙은 호미가 늙은 농부를 닮아 가는 것은 호흡을 함께해 온 세월의 흔적이다. 늙은 농부가 세월의 흔적을 되돌릴 수 없듯 늙은 호미도 세월의 흔적을 되돌릴 수 없다. 호미는 점점 처음의 날카로웠던 날이 닳아서 둥글게 변해 간다. 밭일의 고된 세월을 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늙은 농부는 웬만해서는 새 호미를 사지 않는다. 새 호미보다 함께 늙어 버린 호미에 더 애착이 가나 보다. 밭에서 함께 호흡했던 그 고된 세월을 몸과 마음으로 말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늙은 농부와 늙은 호미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카로움과 무딤을 음미해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매일매일 깨달음을 하나 얻을 수 있다면, 늙어 가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닌 듯하다. 늙은 농부가 호미를 닮아 가듯 늙은이는 날카로운 삶보다 무딘 삶이 더 어울린다. 날카로움과 무딤의 대립이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결부해 보면 볼수록 이치에 맞는 듯하다. 젊을 땐 날카로움이 더 빛나지만, 늙으면 무딤이 더 빛나는 법이다. 신기용 (문학평론가)
-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