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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퀴즈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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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나는 행복합니다
마트에서 계산하고 돌아서던 한 아주머니가 과일 진열대를 둘러보며 외쳤다.“참 좋은 세상이여! 이 겨울에 수박이 다 있지, 토마토도 있지…….”“딸기도 있지요.”계산대에 있던 나도 덩달아 거들자, “이렇게 먹을거리 풍부한 세상 얼마나 좋아요?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크게 웃으셨다.참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손님이다. 그분의 밝은 음성과 웃음이 곧 ‘행복 바이러스’로 내게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래, 나도 참 행복하구나.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는 마트, 밤 12시까지 항상 열려 있는 동네 마트에서 늘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까.과자 하나 달랑 손에 쥐고도 방긋 웃던 아이들, 꼭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흡족해 하던 어른들……. 그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나야말로 진정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집 근처 마트에서 새 일자리를 얻고 계산대에 선 것이 꼭 두 달이다. 밤늦게 가끔 취객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말 한마디로 힘을 실어주는 분도 많다.계산하는 짧은 시간에도 그들의 표정을 읽고, 그들의 사소한 고민을 듣기도 한다. 감기가 심해 통 입맛이 없다는 분, 아픈 강아지 안고 병원을 다녀왔다는 분, 김장할 일이 걱정 태산이라는 분…….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양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분도 있다.“다리는 어쩌다 다치셨어요?”“화상을 좀, 전기장판에…….”“어머, 큰 일 나겠어요. 조심하세요.”“좀 어떠세요? 어제보다는 걸음걸이가 많이 좋네요.”단골 중에 갑자기 다리를 절며 나타난 젊은 남자 분과 연이틀 나눈 대화이다. 금방 목욕탕에서 나왔는지 젖은 머리로 떨고 있는 여자 분께 “감기 걸리겠어요”하며 점퍼 모자를 직접 씌워 드린 적도 있다.묵묵히 물건만 파는 마트가 아닌,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이웃이고 싶다. 그들에게 향한 작은 관심과 인정이 곧 내가 행복해지는 요소인지도 모른다.자정까지의 근무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 마트의 밤은 내가 지킨다’는 아줌마의 강한 정신으로 재무장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이 웃어보자. 그래서 나도 정말 행복하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다.    주 성 미 (괘법동)
2013-01-30
선배의 선물, 마음의 여유
열흘 전쯤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학교 선배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아 왔다. 선배는 나를 부르더니 “너, 일도 좋지만 좀 쉬며 해라”며 뜻밖에도 글이 쓰인 목판을 내게 주었다. ‘석가헌(夕佳軒)’. “저녁이 아름다운 마루?” 그런데 헌(軒)자는 마루를 뜻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이 선배의 말이었다. 황혼이 깃들어가는 마루에서 바라보는 서편의 저쪽. 붉게 물드는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땅 위의 모든 생명에게 온종일 원기와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준 태양의 숭고한 마음이 그토록 곱기 때문일 것이다. 보람찬 하루를 보낸 사람만이 노을의 아름다움에 젖어 저녁을 편히 보낼 수 있듯이, 인생의 여정을 부끄러움 없이 걸어온 자만이 노년의 황혼을 고운 빛으로 장식할 수 있으리라는 격조 있는 가르침이 색깔 곱게 가슴에 와 닿았다. 선배는 중년인 내게 벌써부터 그런 당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석가헌.다시 읽고 있노라니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있는 듯 잔잔한 환상이 그려진다. 마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와 밀레의 ‘만종’이 동시에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 하다. 중년이란 저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것도 ‘석가헌’이 주는 연상이었다. 이런 목판을 보노라니 정말 내가 쉬고 있구나, 혹은 쉬고 싶을 때 이 목판을 보면 되겠구나, 또는 이제 좀 쉬면서 하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목판이었다.집 밖으로 나가 오랜만에 뒷짐 지고 골목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 보았다. 번잡한 세상일도 머리를 싸매고 쥐어짜지 않으면 그 뿐일 뿐,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활에 불편을 느끼거나 손해가 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나설 일은 아니겠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잊혀졌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동에 젖곤 한다.살기위해 몸부림치다가 가끔은 몸을 편히 뉘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에 익은 친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차 한 잔이라도 마시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이가 들면 시골에 내려가 조그만 고향집에 찾아오는 가까운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가까운 친구들과 벗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이 준 호 (덕포1동)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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