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마당
열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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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 퇴근길에 골목길 한쪽 일반주택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60대 중반의 노인과 3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크게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고부간에 갈등이 폭발해 두 사람이 싸우는 게 분명했다. 문득 교훈적인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서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며느리가 있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생각에 용한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감쪽같이 죽이는 비방을 물었다. 무당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절미)을 100일 동안 하루도 빼지 말고 조석으로 해 바치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며느리는 그 비방을 믿고 매일 찹쌀을 정성껏 씻고 잘 익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를 해다 바쳤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던 시어머니도 변함없는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차 며느리에 대한 미움이 사랑으로 변해 갔다. 석 달째가 되는 날. 며느리는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시어머니가 정말 죽으면 어쩌나.” 며느리는 다시 무당에게 달려갔다.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만 알려달라”고 사정하며 뉘우쳤다. 이 모습을 본 무당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미운 사람, 성격이 안 맞아 자꾸 다툼이 생기는 사람,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짜증나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 그것이 가족 중 누구일 수도 있고, 혹은 회사에서나 학교, 또는 어떤 모임 같은 데서도 나와 달라서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번 미움이 생긴 사람에 대해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 미움은 자꾸만 커져 결국에는 그게 갈등이 되고, 가족간에 불화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용서’라는 걸 배웠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꼭 상대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놓아줌으로써 그와 나, 두 사람이 해방 되는 것이다. 즉 상대로부터, 미운 감정으로부터 내가 더 자유롭게 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엄청난 잘못을 했는데 어떻게 용서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는가? 앞으로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살 자신이 있는가? 그래서 지금 나에게 잘못한 사람도 분명 변명할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상대방의 ‘그것 자체’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배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상대방을 미워하는 가시를 빼내는 묘약일 걸로 본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듯, 결국에 미운 시어머니에게 맛난 인절미로 공양한 며느리처럼…. 전 혜 옥 (괘법동)
- 2012-10-29
- 사상구의 효자 이야기
-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이후 효자(孝子)와 충신(忠臣), 의사(義士)와 열녀(烈女)의 덕행을 숭상하여 국가에서 특별한 은전을 내려 왔다. 부산지역에도 시대마다 인륜 도덕의 실천에 충실하였던 인물을 포상한 정려에 대한 기록이 많지만, 실제로 남아 있는 정려의 흔적은 드문 편이다. 정려(旌閭)나 묘비문(墓碑文)은 성씨와 가문의 위세를 나타낼 뿐 아니라, 지역문화의 구심체가 되는 표상 인물의 행적을 드러내는 금석문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가치를 지닌 효자비가 사상구에 2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사상역 뒤편 신라대학교로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에 1610년에 세운 ‘효자 황택룡 정려비’가 있으며, 1715년에 세운 ‘효자 구주성 정려비’가 덕포동 상강선대 안에 있다. 황택룡(黃澤龍)과 구주성(具周星)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병들어 기절하자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마시게 하여 소생케 하였는데, 그 소문이 관에 알려져 정려가 내려졌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에겐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삼사백년 전 괘내리와 덕포리에서 있었던 실화로『동래부지』효자 효녀조에 그 기록이 나와 있다. 이밖에도 감동리 조경기, 서전리 황씨부인, 학장동 황씨부인, 감동리 최씨부인 등 효자와 열녀가 많았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사상 지역에 효자 효녀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효행이 많았으며 형제자매간에 우애가 돈독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선대의 아름다운 효행정신이 알게 모르게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내려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요즘 같은 핵가족시대에 살면서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않는다고 해도, 자주 전화 연락하여 소식을 알려주고, 종종 찾아뵙고 거칠어진 부모님의 손을 꼭 잡아주며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현대의 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 은 수 (명예기자)
- 201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