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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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한 며느리
요즘은 스마트폰과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세상이다. 하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그런 거 잘 모르신다.
며칠 전 시골에 계신 칠순의 시어머님께서 그저 볼펜으로 꾹꾹 눌러 꼬부랑글씨로 며느리인 내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셨다. 시어머님의 손 글씨 편지를 받잡고 황망하기도 했지만, 볼수록 신기하고 정겨웠다.
내용은 구구절절 아들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것이 전부여서 며느리로서 읽어 내려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얼마 전 남편이 회사에서 준 보너스라며 눈 먼(?) 돈을 받아왔기에 기왕이면 좋은데 쓰자고 해서 시부모님 두 분께 찾아가 정기건강검진 받아보시라고 드렸던 것에 대한 고맙다는 말과 이런저런 글이었다.
“마을잔치를 다녀오니 효도 종합검진 결과가 와 있더구나. 마음 같으면야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른 아들딸들에게도 너희들 자랑하고 싶지만, 부모에게 종합검진을 해드리고 싶어도 살림이 여의치 못해서 그렇게 못하는 다른 아들딸들이 민망해 할까봐 너희 둘의 효심을 조금밖에 자랑하지 못했단다.
너희들의 효심 때문인지 검진 결과 특별히 나쁜 곳은 없고, 나는 노인들에게 많은 골다공증, 니 아버지는 지방간, 노안 같은 정도여서 참으로 다행스러웠단다. 그리고 니 아버지 금연한다니까 믿어보자꾸나.
너희들에게 고마운 일이 어찌 건강검진뿐이겠느냐. 너희들 6남매가 모나지 않고 자기 일 성실히 하며 살아가니 곳곳에서 이렇게 칭찬을 받는구나. 이 모든 일이 너무 감사하여 나는 매일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고맙구나, 며늘아기야.”
이렇게 끝을 맺은 당신의 편지. 모르긴 해도 한나절은 쓰셨을법한 장문의 글, 자식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지켜내시려는 마음이 절절이 묻어난다. 효도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그럴 수 없는 다른 아들딸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까지….
나도 나중에 며느리 보면 이런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
정 점 순 (감전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