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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아. 갓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빠의 직장을 따라 이곳 부산으로 이사온 게 벌써 몇 년 전이니? 충청도 산골에서 온 촌뜨기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참 어려웠지? 낯설고 억센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아빠가 늘 ‘통역’을 해야 했고,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받아쓰기 시험점수가 엉망이라고 속상해 했지. 하지만 우리 딸은 잘 해내더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차츰 친구들이 하는 사투리가 재미있다며 말투를 흉내 내며 금방 어울렸지. 그러면서 어느 날엔가는 아주 재밌는 ‘겡상도’ 사투리로 엄마아빠를 놀라게 하지 않았니? “가가 가가?”라는 말도 아빠는 너한테 처음 배운 거란다. 하하하. 윤서야!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 어느덧 우리 윤서가 고등학교에 들어갔구나. 늘 직장 일에 쫓기면서 아빠가 너한테 제대로 해준 것은 하나도 없는데 너 스스로 헤치고 깨우쳐 훌쩍 성장해줬으니 아빠는 달리 할 말이 없구나. 고맙고 기뻐서… 거기다 7살이나 차이가 나는 네 동생 가은이를 직장에 다니는 엄마보다 더 잘 보살펴 주고 있으니…. 얼마 전 네가 학원에 가고 없을 때 가은이가 그러더라. “과외선생님보다 언니가 가르쳐 주는 영어가 훨씬 쉽고 이해도 빠르다고.” 시험기간에는 네가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가은이가 모르는 걸 몇 번이나 물어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가르쳐준다고 네 동생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맙구나. 아빠는 주위 사람한테는 곧잘 가족을 사랑하라느니,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라며 때론 편지도 보내라고까지 하면서 정작 내 딸한테는 그러지 못했다. 미안하구나, 윤서야. 이제부턴 아빠가 한 가지 약속할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우리 딸에게 전화도 자주 걸게. 회사에서 야근할 때는 가끔 시간 내서 ‘네이트온’ 접속도 해서 만나자꾸나. 오늘밤 너의 꿈에 너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영화처럼 달콤하게 펼쳐지길 바라며, 못난 아빠가….
오 선 진 (엄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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