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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窓 117 - 아름다운 세상에서
詩가 있는 窓 117 - 아름다운 세상에서
      박윤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詩, 「귀천歸天」 전문                                               그림 고흐의 ‘밀밭’   너도 나도, 하늘로 돌아가는 길인 것이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경쾌하며 편안할 수 있을까. 나는 요즈음 이 생각에 몰두해 있다. 무엇을 남기고 갈까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온전히 비워 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다.〈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소풍’이란 그런 것이다. 낯선 어느 풍경에 들어가 내가 잠시 그 풍경의 한 모서리쯤 되었다가 잠시 뒤 그 흔적마저 지우고 풍경을 걸어나오는 것. 그것이 인생이려니. 그런데도 나는 허겁지겁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며 수많은 관계와 인연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나의 영역을 넓히려 했으니. 되도록 나를 부풀려 보여가며 세상에 대한 자만을 도무지 경계하지 못한 어리석음. 그것이 생존이라 여겼던 자기 합리화.인생 반백을 살아도 돌아보면 내 살아온 세상의 풍경에 제대로 한번 얽혀들지 못하였구나.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행복한 때는 없다(정현종 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중에서〉한 해가 가는 12월의 어느 찻집, 밖에는 다행히 비가 오고 있다. 타고 다니던 차가 퍼져서 그걸 고쳐 달라고 맡기고 나니 갑자기 내게 없었던 시간이 무작정 생겼다. 기분 좋은 하루, 오랜만에 비도 맞아보고…… 기분 좋은 빗방울에 젖어 본다. 찻집에는 분위기와 좀 어울리지 않게 팝송이 흐르고, 벽의 낡은 액자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 그림이 걸려 있다. 내 앉은 자리에서 건너보이는 자그마한 예쁜 창문 안쪽으로 아이비과의 덩굴식물이 겨울인데도 제법 푸른빛을 피워대고 있다. 밖으로는 빗방울이 유리를 툭툭 두드리면서 흘러내리는데, 그 식물은 몸을 뒤척여도 도무지 젖지 못한다. 빗방울도 머쓱해져 그냥 또르르 굴러내리는 참이다. 식물은 바싹 창에 몸을 붙여 소리로만 비를 느끼려는 것일까. 그게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잡히지 않는 우리네 희망을 보는 것만 같아 여유로운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려나―, 이렇게 어떤 풍경과 마주해 보는 것도 얼마만인지. 여주인이 내어온 대추차를 한 모금 들이킨다. 뜨거운 기운이 몸 속속들이 퍼진다. 허겁지겁한 나의 삶에서 지금처럼 조금만 비껴앉으면 나는 완연히 다른 세상에 들어지는 것인데……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온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모 시인의 모친상이라는 문자. 그래, 그런 것이다. 이 평화로운 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나도 사랑하는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 ‘떠나는 자’의 대열에 합류하리라.가서, 세상 참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인■ 
20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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