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332 호

갤러리 사상 ⑱

오도산의 불면증

수필가 김 연 화

수필집 `일곱개 뜬 달'
제1회 해민문학상(2016)
제5회 문학과문학타임 작품상(2016)




잠이 안 온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고모의 정신이 나에게 감겼는지, 눈감기 전에 들은 귀신 이야기 탓인지 바람을 묻힌 새벽이 창밖에서 나를 불러낸다. 행복이란 크거나 거대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이다. 소소한 행복이 잔잔하게 이어지면 그것이 노을처럼, 여명처럼 아름다워진다.

가족들이 모여 몸을 바로 펴 지 못할 정도로 누울 수 있음이 행복이다. 모여 앉아 윷놀이를 하고, 각자 가져온 음식 자랑을 하며 말을 맞추고, 그 틈새로 살짝살짝 갸르릉거리며 서로를 할퀴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무장해제되며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자그만 도덕심을 어깨에 얹어 자랑할 수 있음에 발바닥이 따뜻해진다.

이제 어둠과 생각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바깥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갈 참이다. 십일월 깊은 산속의 추위 속에서 이 정도 일을 했으니 그 보답으로 잠을 선사받을 수 있겠지. 어찌 되었든 잠결에도 밖으로 외도 나간 딸이 걱정되어, 꿈에서도 감기 들까 잠꼬대하실 엄마를 위해 이제 식구를 곁으로 돌아가야겠다. 돌아온 탕아의 기쁨을 안고. 오도산도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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