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나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나 밥이 맛이 없으면 그런 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겠는가! 사람이 사는데 가장 행복하고 가치 있는 것이 ‘밥’ 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배고파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밥 냄새는 고리타분하고 싱거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싸 주신 도시락을 살며시 놓아두고 그냥 가서 점심을 굶고 허기져 녹초가 되곤 했다. 알루미늄 도시락 뚜껑을 살짝 열어 보고 보리가 쌀보다 훨씬 많을 때면 으레 가지고 가지 않았다. 친구들 보기에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1950년대 중후반에 흰 쌀밥을 먹는 것은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구수한 밥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쌀밥이야말로 어릴 적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중학생 때에 꽤나 잘 사는 친구 집에 갔다. 친구네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데 밥그릇이 유난히 작았다. 보통 밥그릇 3분의 1밖에 안 될 것 같았다.
한 그릇을 후닥닥 먹었다. 양이 차지 않았지만 체면 때문에 더 먹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잘 먹었습니다.”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밥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용기 없는 나 자신을 원망하며 배고픈 하루를 보냈었다.
이제 70이 다 되어가는 내겐 아내와 아들이 있다. 세 식구가 먹는 식량의 1/2 정도를 나 혼자 소비한다. 혈기왕성한 청년인 아들이지만 먹는 밥의 양은 유아 수준을 면치 못한다. 간식을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밥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걸 보면 밥 경시 풍조가 어쩔 수 없는 세대인 것 같다.
‘밥’맛이 ‘밥’맛다워질 때 각종 성인병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밥 냄새가 구수하고, 구미가 당기고, 군침이 돌고, 밥 한 그릇 후닥닥 먹어 치울 때 웰빙이며 작지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우정렬(괘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