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 초등학생 동생과 함께 ‘비둘기호’를 타고 서울로 간 적이 있다. 50년 전의 일이니 요즘 젊은이들이 보면 까마득한 옛날의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때마침 방학 중이었는데 아침 6시경에 부산역을 출발해 12시간 넘게 걸려 저녁 6시 조금 지나 서울역에 도착했었다.
오랫동안 열차에 앉아 있었더니 지루하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주리도 틀렸다. 그래도 동생과 같이 가면서 지도책을 보며 멋지게 지리공부를 했었다. 세우는 역마다 그 지역의 유명한 곳과 특산물, 관광지 등을 가르쳐 주었다. 그때는 10~20분마다 정차를 했으니 조그만 시골역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가방 속에는 미리 준비한 김밥과 음료수, 과자, 빵 등을 가져갔기에 배가 고플 때마다 꺼내 먹었다. 차창을 보면서 부산을 지나 경남과 경북, 충북, 충남, 경기도를 거치니 6개 시도를 경유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이 농업인지라 지루하게 평야가 펼쳐졌으며 조금 멀리로는 산들이 이어졌었다.
비록 우리나라의 국토는 좁았지만 장시간 열차를 타고 가면서 각 지방을 살펴보며 관찰하고 지리부도로 공부한 여행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는 다시는 그런 열차를 탈 수 없어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언젠가는 요즘 가장 느리게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천천히 서울로 가면서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 번 더 체험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날 너무 바쁘고 혼잡하며, 세태의 변화도 너무 급해 조그마한 여유도 없이 늘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가끔씩 느긋하고 여유를 가지고, 가장 느린 열차를 타고 엄청나게 많이 변화된 국토의 모습을 감상하고, 짧은 시간만이라도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우정렬(괘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