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오래 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와서 흐뭇해진다. 34년 전에 졸업한 제자 흥복 군으로부터 한 해도 그르지 않고 늦은 밤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이제는 서울에 간 지 오랜 기간이 흘러 말씨도 많이 변했는데 해마다 “선생님, 저 흥복입니다. 그간 건강하시며 별고 없으신지요? 이제 퇴임하셔서 좀 한적하시니 건강 잘 챙기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즐겁게 인생을 보내길 바랍니다. 그간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 나는 “흥복아, 정말 고맙구나. 어떻게 직장생활에 피곤하고 바쁠텐데 졸업 후 한 해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내가 무엇으로 보답해줄까. 그리고 결혼할 시기도 훨씬 지났는데 서둘러 짝을 찾아 결혼하렴. 그때는 내가 꼭 참석하고…. 자네에게 유일한 바람이란다”라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고교 1학년 때 흥복 군의 담임을 맡았었는데 별로 잘해 준 것도 없고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제자도 아니다. 하지만 성격은 아주 어질고 착해 어렵고 힘든 일은 반에서 앞장서서 해 내었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근면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졸업 후 흥복 군은 직장도 가구회사, 백화점, 식당 등 여러 차례 바뀌어 염려하기도 했지만, 원체 성실하고 열심히 하니 어디 가더라도 인정을 받아 흐뭇하다. 가끔씩 서울에 가면 만나 식사도 하고 술잔도 기울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언제라도 내가 연락하면 반드시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제 흥복 군의 전화 한 통화는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반갑고 소중한 선물이 되어 버렸다. 오늘도 그가 훌륭한 사회의 역군이 되고, 늦었지만 하루빨리 결혼해 가정을 꾸려 나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우정렬(괘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