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82 호
다복따복망과 함께하는 우리 동네 희망이야기(25)
“김치 씹어 먹는 것이 소원”
할머니의 간절한 틀니 시술
모라3동·아름다운가게 지원
핸드폰 저편에서 할머니가 흐느끼고 있다. 목이 멘 목소리로 “정말이지요? 진짜 고맙습니다”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아름다운가게’가 할머니의 틀니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 직원들 대부분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전에 할머니에게도 이번에도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시지 말라고 말씀 드려두었기에 의외의 결과가 가져온 기쁨은 더 컸다. “김치를 씹어 먹는 것이 소원”이라던 할머니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그렇게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치과병원에 갈 날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병원 가기가 겁이 난다는 것이다. 무섭다고 했다. 오죽할까. 젊은이들도 치과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데. 할 수 없다. 조금은 비겁하지만 할머니의 아픈 부위를 건드린다. “할머니! 앞으로도 내내 밥에 물 말아 드실래요?” 할머니가 진저리를 친다. “그래. 앞으로는 절대로 물 말아 먹지 않을 거야.”
할머니는 밥을 물에 말아 후루룩 드신다. 당연히 소화가 안 된다. 그래서 점심 식사 후에는 전동차를 타고 아랫동네 H대형마트에 산책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에어컨 때문에 시원하고, 바닥의 가벼운 요철로 인해 전동차가 조금 덜컹거리기 때문에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마트 직원도 할머니를 안다. “오늘도 오셨네요. 할머니 내일도 오세요.” 할머니는 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이 사람들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김치 사러 올 테니까.”
그래도 이를 뽑는 일은 63세 할머니에게는 고역이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물에 말아 밥을 드시느라 영양 부족 상태가 지속됐고, 유방암 갑상선암 수술과 류머티즘(류마티스 관절염), 심장, 목 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달고 사는 통에 체력이 바닥난 몸이 아닌가. 어렵게 어렵게 매주 1개씩 세 번째 이를 뽑고 온 할머니가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네 번째 이 뽑기를 한 주 미뤘다고 했다.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잘 하셨어요”뿐이었다.
발치가 할머니를 속상하게 하는 일은 또 있다. 할머니는 수영구에 사는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자 자신의 집과 가까운 학장동의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네 번째 이를 뽑고 난 주말에 문병을 갔다. 병상의 어머니가 딸이 왔다고 좋아하시더니 자신을 보고는 멀뚱멀뚱 눈만 굴리더란다. 이를 4개나 빼는 바람에 ‘합죽이’가 되어버린 딸을 못 알아본 것이다. 할머니도 돌아오는 병원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야 “이게 누고”라며 놀랐단다.
어쨌든 할머니는 모두 15개의 이를 뽑고, 틀니를 한다. 발치에서 틀니 안정까지 1년가량 걸리는 대공사다. 1년 후에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김치를 서걱서걱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복지정책과(☎310-4661)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310-5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