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연히 인구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인구조사를 하면서 아름답기도 하고, 가슴이 저미는 많은 사연들을 접했다. 그게 내게도 큰 인생 공부가 되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괘법동의 어느 새댁은 마치 ‘심청이’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딱 두 달만 더 다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심장판막증에 걸린 아버지 병원비를 보태느라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꽃다운 열아홉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고 했다.
첫 신접살림을 차린 학장동에서 처음에는 문화도 안 맞고, 음식도 안 맞고, 언어도 안 통하고…. 무진 힘이 들었다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촉촉한 물기가 고였다.
“처음에 아기가 체중미달이래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잘 커서 튼튼해요. 다행이에요. 한국 병원 너무 좋아요. 저희 집에 가끔 놀러오세요. 좋은 이웃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라며 더듬더듬 말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엄궁동에 갔던 어느 날은 어느 집 대문 앞에서 “계세요?”라고 여러 번 기척을 했는데 한참 만에 한 할머니가 나오셨다. 인구조사 하러 왔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사람 만나 반갑다”며 살아온 지난 이야기를 이불 보자기 풀어 헤치듯 줄줄이 풀어 놓으신다.
얘기 끝에 할머니께서 ‘김치 맛 좀 보게 해 달라’는 말을 하셨다. 부녀회장에게 이야기를 해 어려운 이웃으로 추천을 해서 할머니에게 김치를 드릴 수가 있었다. 아주 하찮은 일이었지만 그때 참 큰 보람을 느꼈다.
인구조사에 참여했던 일은 내게 큰 가르침과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인구조사 때 보고 느낀 경험을 아이들에게 해 주었더니 그 자체가 아이들 가정교육에 큰 자산이 되었다.
부산시민, 특히 우리 사상구민 모두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이해하고 도우며 더불어 사는 이웃들이기를 소망해본다.
좌혜경
(낙동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