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79 호

시가 있는 창 (63) 아름답게!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 류시화 시 「빵」 전문



빵


저녁을 간단히 먹을 요량으로 식빵을 사와서 ‘후라이판’에 굽다가, 문득 류시화 시인의 시 「빵」이 생각났다. 앞뒤로 골고루 잘 익혀진 빵.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그런 건가? 내 생각도 한판 뒤집어져 볼까?

예전에, 우리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던 오월이 다 가고 있다. 이제는 멀리 사라져버린 내 청춘과도 같이, 오월의 기억은 참 아름답기만 했다. 나는 영도 동삼중리의 아득히 펼쳐진 푸른 바다와 아카시아 꽃향기를 좋아했다. 굳이 ‘가정의 달’을 말하지 않더라도 오월은 그저 사랑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계절이었다.

그 오월이 뚜벅뚜벅 걸어 지나가고 있는데도 왜 그런 천진한 감정들은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사방 지천인 꽃향기가 어찌 내게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내가 그만큼 나이 들어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살아가면서 감정이 무뎌져 바닥을 드러내고, 그게 밥을 주냐 돈이 되냐 하면서 하늘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하고 있으니. 아니, 그 하늘 한번 올려다본들 희뿌연 잿빛 먼지만 가득하여 어떤 날은 숨 들이마시는 것조차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미세먼지 문제야 그렇다고 치고, 우리 사람의 일은 또 어찌 이리 팍팍한가. 들리는 뉴스는 하나같이 답답하고 사람 사이의 골은 자꾸 깊어져만 간다. 좌가 어떻고 우가 어떻고 하면서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등을 돌리고, 아예 화합이라는 말 자체도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그냥 일방통행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무조건 배척하기 전에 한번쯤은, 내가 틀리고 저 사람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좀 더 넓게 눈을 뜨고 함께 생각과 힘을 온통 모아도 우리 앞에 놓여진 이 어려움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인데, 우리는 너무 일방인 생각들로 우리의 소중한 힘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오월을 보내면서, 우리 한판 뒤집어져 볼라나? 아름답게!

박윤규 시인



박윤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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