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75 호

시가 있는 창(59) 신나는 일

시가 있는 창(59) 신나는 일


모든 것들에 대한 차이는 왜 생겼을까요? 어느 씨앗은 노란 꽃을 피우고 어느 씨앗은 붉은 꽃을 피우도록 언제 결정되었을까요? 어느 짐승은 하릴없이 기고 어느 짐승은 유유창천 날도록 누가 조정했습니까? 어떤 사람은 거기에 태어나 머리가 크고 어떤 사람은 여기에 태어나 다리가 길도록 만든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 앞에 겸허함만 남습니다.

자연은 제 품안에 온갖 가능한 것들을 그저 다양하게 널어놓을 뿐인데, 우리가 그들을 억지 선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이 길러온 눈과 입에 모든 것들을 맞추려는 습성이 사람에게만 있지 푸나무들이나 짐승들은 서로 비교하여 괜히 괴로워하지 않지요. 우리가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 모든 존재자들의 고유한 의미를 감별하거나 훼손하지는 않을 텐데요.

그러나 그럴 수 있을까요? 사람이 나무나 새처럼 살 수 있을까요? 안될 겁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그러한 차이들을 인정하고 아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겨울이라고 동동대면서도 후텁한 여름을 상상하는 재미,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곧 내리막으로 내릴 것이라는 희망,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믿음과 사랑. 못났다는 것, 불편하다는 것, 괘씸하다는 것, 알고 보면 모두 내 마음의 한쪽일 뿐, 바로 그것이 잘나고 온전하고 향기로운 상대임을 깨닫는 희열.

‘성한 것끼리 무슨 사과 맛을 낼 수 있으랴’, 이 말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상을 살면서 그 뜻대로 실천하기가 어렵겠지요. 어려워서 우리는 시를 읽고 신(神)을 의지하는 거겠지요. 그래도 아주 사소한 일, 예를 들어 시장에 가서 사과를 고를 때 ‘누군가에게 적선한 상처의 흔적’을 ‘외면’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요. 그 정도는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런 일을 ‘신나는 일’이라 하면 어떨까요?

권용욱 시인



권용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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