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68 호
[기고] 달라진 학생, 그리고 달라져야 하는 스승

이용규 교수
동서대학교 화학공학부
1994년도부터 거의 25년째 대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게 된다. 가장 큰 변화를 한 가지 꼽자면 바로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로운 소비문화로 인한 아르바이트의 필요성,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내몰리는 현실 등이 있을 것이다.
1990년도 중반에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들의 손에는 대개 책이나 필기구가 들려 있었지만, 요즘에는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강의시간 중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관련 정보를 바로 검색한다. 얼마 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던 날에는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 중계를 함께 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의 가격이 따지고 보면 대학등록금의 1/5 정도이다.
학생들의 해외여행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방학 중에 전화를 걸면 해외여행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는 친구들도 많고, SNS를 통해 여행 후기를 남기거나 공유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해외여행은 소비문화의 측면도 있지만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감 때문에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아무리 저렴하게 가더라도 보름간의 유럽 여행에 적어도 3백만원 이상은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스펙 쌓기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이 증가하다보니 이제 학생들은 방과 후 바쁘게 학교를 떠난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필자도 학교에 부임한 초창기여서 더욱 의욕을 갖고 학생들과 실험실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레 학생들과 대학생활 에피소드나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이야기하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우수한 학생들만 남아서 실험실 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강의 내용을 소화하기 힘든 학생들도 참석을 유도하여 학업 능력을 키우는 자리였기 때문에 개인적인 보람도 컸다. 이렇게 시간을 오래 같이 한 제자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5월이면 소식을 들려주는 친구들이 있다. 벌써 40대가 되어 회사나 연구소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학생들의 소식을 들으면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의 연락을 받고 옛날을 돌아보니 아쉽고 그리운 마음과 더불어 스승인 나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이나 해외여행이 이끈 대학생 소비패턴의 변화와 스펙 쌓기에 내몰린 대학생들의 현실 때문에 학생들과의 소통이 줄었다고 서운해 할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각박하고 치열해진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 위해 어떻게 소통의 물꼬를 트고 비전을 제시하여야 하는지를 더 고민하는 스승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