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59 호
시가 있는 창 (43) 세상은 무지갯빛
사진 박준홍
많이도 아플 텐데
나 같으면
소리 내어
엉엉 울 텐데
꺾이고
채이고
밟혀도 소리 없이
웃고 있는 꽃
그래
너의 진짜
이름은
용서
배려
사랑
여태 모르고
있었지
바보, 나
------ 선용 시 「꽃의 이름」 전문
세상은 무지갯빛이다.
갈마드는 계절은 늘 마음과 생각을 맑힌다. 작년 여름에는 해어진 마음을 꿰매고자 갯바위에 앉아 파도와 꿈을 나눴다. 그 파도의 알갱이가 쌍무지개를 밀어 올리며 희망의 다리를 놓아 주었다.
올여름에는 아침이슬 구르는 동산에 올라 아픔과 깊은 상처를 털어냈다. 꺾이고, 채이고, 밟혀도 소리 없이 웃고 있는 꽃과 함께 미친 듯 웃어 보았다. 그때 먹음직스러운 산딸기를 한 움큼 따다 먹어 보았다. 단번에 온몸이 어릴 적 깊숙이 숨겨 놓은 맛을 알아차렸다.
새콤달콤한 맛, 그 맛 뒤에 온갖 추억의 맛이 밀려들었다. 온몸이 옛 추억의 상큼함을, 온 생각이 삶의 시큼함을 알아차렸다. ‘바로 이게 인생의 맛이야’라는 생각의 언저리에서 잊힌 통각의 꿈틀거림도 느껴 보았다.
땡볕을 만끽하며 꽃잎 날개 펼치던 나리꽃처럼 웃어도 보았다. 산들바람과 함께 소박한 꿈을 품어 안고 산에 올라 푸른 나무들과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천둥소리, 번갯불 사이로 소나기 쏟아져도 소박한 꿈과 추억을 촉촉이 적시고 떼굴떼굴 구르기도 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울어도 보았다.
그 울음이 아름다움을 열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울음이 웃음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면, 짐승처럼 울부짖어도 보고 싶다.
올가을에는 어둠을 밀어내는 암탉의 홰치는 소리처럼, 무더운 여름을 밀어내는 단풍의 날갯짓처럼, 추함을 밀어내고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채워 나가고 싶다. 온 세상이 무지갯빛으로 물들면 좋겠다.
용서, 배려, 사랑이라는 꽃의 이름도 불러보고 싶다. 꽃과 함께 아름다움을 끌어안고 무지갯빛 꿈도 꾸고 싶다. 꽃의 이름을 부를 때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얼굴에 꽃이 핀다. 오늘도 꽃의 이름으로 얼굴에 환한 꽃을 피운다. 얼굴에 핀 함박꽃!
그 함박꽃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추함을 밀어낸다.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는 일은 더 아름답다.
웃음이 울음을 지우면, 세상은 무지갯빛으로 물들 거야.

신기용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