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53 호

시가 있는 창 <37> 꿈은 뜨거워

들어 올리려 해도
들어 올릴 수 없는
해

밝은 미소 머금은
아이들만
들어 올릴 수 있는
해
 
뜨거운 손길들

훗날 이룰
꿈을
들어 올린다. 

신종기 시 「태양을 들어 올리는 아이들」 전문



김종 작품 '태양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                                 

김종 작품 '태양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



화들짝 꿈을 펼친 봄, 봄.

봄볕이 봄꽃한테 귀엣말한다. “꿈이란 나처럼 뜨거운 거야. 봄꽃처럼 알록달록 가렵기도 해.”

냉이 꽃이 끼어든다. “눈부신 너희 꿈과 마주할 때면 뜨거워. 나와 질경이는 봄맛을 선사하고 나면, 채이고, 짓밟히잖아. 그래서 아파.”

냉이 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냉이는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승천을 꿈꿀 때 봄바람을 뜨겁게 흔든다. 질경이 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도 없다. 땅바닥에 빠삭 엎드려 숨죽이다 말고 다시 머리 치켜드는 질경이, 잡초라지만 꽃 족보 가졌다고 뜨겁게 일어선다. 보잘것없는 냉이와 질경이도 겨우내 봄맛을 꿈꾼다.

나도 봄맛 기억을 더듬어 본다. 온 가족 바구니 옆에 끼고 봄을 캐던 기억, 봄을 끓이고 무쳐 밥상에 봄맛을 차리던 기억, 입맛 다시며 봄맛에 흠뻑 취해 봄을 꼭꼭 씹어 먹던 기억. 하하 호호, 웃음 더불어 뜨거운 해를 들어 올리던 기억….

지금도 가끔 해를 들어 올린다. 먹구름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 때면 뜨겁게 들어 올린다. 올곧은 꿈은 질경이처럼 짓밟혀도 꿋꿋이 다시 머리를 들기 마련. 꿈이란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것. 늘 질경이 같은 올곧은 삶을 꿈꾼다. 온 가족 함께 깔깔대며 행복의 해를 들어 올리고 싶어서.

좌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좌절을 맛볼 때 위로와 사랑받기를 원한다. 위선적인 위로 때문에 다시 좌절의 수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인간사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법. 이를 되새기는 지혜로운 삶이 해를 들어 올릴 수 있음에랴.

하루를 되돌아볼 시간, 나만의 위로에 젖어들곤 한다. 용서, 배려, 사랑이라는 꿈과 함께 해를 들어 올린다. 온 가족 둘러앉아 함박꽃 피워 꿈을 들어 올릴 때면 집 안 가득 꽃비가 흩날린다. 오늘도 방긋 생긋 밝은 미소 머금은 아이처럼 꿈을 들어 올린다.

내일을 밝힐 꿈은 뜨거워.                             


신기용 문학평론가


신기용
(문학평론가)

◇ 약력: 문학평론가, 아동문학가, 평론집 5권, 동시집 2권, 시집 2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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