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51 호

시가 있는 창 <35> 곁불을 쬐다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는 자꾸 토닥 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 김재진 「토닥토닥」 전문

                                 


1월호 시사진

오늘도 그곳에 간다. 둘레길 중간, 쉼터 겸 운동기구가 있다. 먼저 손 내밀고 묵묵히 말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가진 게 없어도 스스로 어떤 발광체를 만들어 빛을 나누는 사람들. 하늘의 별도 겨울밤에 더 빛이 나듯, 삶의 고단함을 건너온 이들이라 눈빛도 정겹다. 

먹다 남은 빼가지는 개도 주고, 괭이도 나눠 주고. 큰 욕심일랑 없어. 나는야 저놈들 크는 거 보는 재미로 살지. 욕심만 버리면 돼. 그놈의 욕심이 사단이지. 운동 기구 옆 작은 텃밭, 봄동을 다듬던 흙손으로 옷에 쓱쓱 닦아 먹어봐, 운동하러 온 사람들에게 맛보라고 내미는 할머니의 눈빛이 보드라운 봄동의 속살 같다.

발 딛는 자리 움푹 땅꺼짐처럼 삶의 그늘이 깊어간다고 한다. 도처 다반사로  삶의 고달픔이 싱크홀처럼 커져간다고도 한다.

이놈의 세상 사방이 다 진자리라 피해도 피해 다녀도 신발 밑이 늘 진흙투성이야. 사내는 돌부리에 탁탁 신발 밑 달라붙은 진흙을 털어내며 넋두리를 한다. 얼마나 거친 세파 속을 헤치고 왔는지는 그의 모습과 말투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 잔 하소. 보온병 속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눠 주는 늙수그레한 저이는 얼마 전 명예퇴직을 했단다. 나는 귀를 열고 원반 돌리기를 한다. 훌라후프를 돌리고, 거꾸로 몸을 세우는 기구에 몸을 의지해 거꾸로 인 세상을 본다.

올해는 나아지겠지요.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손. 따뜻한 말 한 마디에, 관심 어린 손길에 부리부리하던 눈빛의 사내가 순한 양이 되는 곳. 그리하여 나아지겠지, 되뇌며 힘을 얻고 돌아가는 곳.

다람쥐가 먹어야 할 식량을 가져가지 말라는 현수막이 펄럭이는 곳. 다 잘 될 거야. 토닥토닥, 시루떡같이 뜨끈뜨끈한 덕담이 꽃 피는 곳. 나는 오늘도 마음의 곁불을 쬐러 그곳에 간다.

진명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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