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
매미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 김종길 「또 한여름」 전문

해마다 꾸준히 날 괴롭히는 모기, 여름이 수십 번 지나갔건만 여태 아니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모기와의 전쟁.
그까짓 피. 모기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헌혈 한 번 하지 뭐 하며 큰마음 먹고 싶어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끝도 없이 여기저기 찔러대서는 날지도 못할 만큼 배가 빵빵해져 벽에 붙어 있는 모기가 보이면, 가려운 피부를 미치게 긁으면서 적의가 불타올라 도무지 원수가 따로 없네 싶다.
오늘도 달고도 고소한 아침잠을 아껴가며 10분만, 5분만, 아니 1분만, 하며 버티고 있는데 공격 방향을 내 얼굴로 잡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드는 모기 한 마리!
오른쪽 뺨을 철썩, 왼쪽 뺨을 철썩, 철썩 철썩 수십 차례 내 뺨을 내가 치며 놈을 막았으나 끝없이 달려드는 녀석을 누워서는 도저히 방어할 수가 없다. 벌떡 일어나 앉아 “내 당장 이 놈을 쳐 죽이리라” 분노하는데 작전상 조용히 후퇴한 놈이 보이질 않는다. 전등을 켜고 부신 눈 가늘게 뜨고 수~ 분간의 탐색 결과 하얀 벽에 붙어 있는 날렵하고 새까만 놈을 발견!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베개를 인정사정없이 놈을 향해 날린다. 드디어 놈은 한 점 새빨간 얼룩이 되어 생을 마감한다. 오! 속이 후련한 이 통쾌함,
달콤한 아침잠은 완벽하게 깨어 버리고 기분 좋게 피 얼룩을 수습하다 문득, 오늘 아침 이 모기는 단지 내 피 한 모금을 빨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이렇게 죽었구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목숨을 걸만한 이유가 모기에게는 있었다! 목숨이 붙어 있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임무, 종족보존의 사명.
그래 모기여 너는 오늘 아침 네 일생 가장 커다란 용기를 내었었구나, 죽을 둥 살 둥 최선을 다했구나……
에구, 이 작디작은 목숨 값으로 나는 오늘 또 찐득하니 살아 보아야겠다.
전명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