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며 찍은 척추가
부끄럼 없이 버티고 서 있다
알몸의 뼈는 바람을 본 적이 있을까
노을의 냄새를 맡은 적이 있을까
밤마다 살을 뚫고 나가고 싶은 욕망을 움켜잡고
하얗게 정신을 깎아내던 뼈
고통이 나로부터 분리되어 나를 고문할 때
아무런 방어기제도 없이
흙이 될 살을 다독이며 서 있는 몸속 나무
한쪽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건
떨어진 신음을 모아 밤에게 바치던
당신 때문인가, 편향된 사랑의 습관 때문인가
어둡고 깊은 적막 때문에
모공에서 눈물이 흐른 적 있다
가면을 벗고 생각에 잠겨 서 있는 뼈는
당신을 대변하기에 얼마나 좋은 자세인가
------- 박천순 시 「뼈는 당당했다」 전문

MTB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져 신나게 즐기다가 사달이 났다. 자전거 배울 때 그렇게 주의를 주더니만, 언덕을 내려오다 몸의 중심이 흔들려 굴러 넘어진 것이다. 멍하니 누워 돌아가는 자전거 체인 소리를 듣는 기분이라니. 햇살 아래 비명과 탄성들이 공기처럼 나를 안았다.
시간이 흘러도 다친 왼쪽 어깨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검사 뒤 난데없이 입원을 권하는 의사의 말이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 소리처럼 뒤엉켜 퉁탕거렸다. 상심의 시간이 찾아들 사이 없이 한쪽에선 계획했던 일들이 차륵차륵 풀리고 있었다.
아픔보다는 자전거 장거리 일정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 안타까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노크소리로 알고 문을 열 정도로 오래 길게 거친 숨이 나오곤 했다. 만개한 즐거움 하나가 제 봉오리를 벗어나 떨어졌다.
더딘 후회가 장마 뒤 여름폭포처럼 크고 깊게 쏟아졌다. 마음 속 움푹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꼬박이 며칠을 병원신세를 졌다. 깊은 밤 면벽하듯 어둠을 대하면 비로소 내 맘이 내 몸을 온전하게 들여다봤다.
무탈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생각 없이 지낸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시차에 길들이기까지 낮과 밤을 바꾸어 생활하듯 낮밤을 바꿔가며 아픈 몸과 마음에 길들어야 했다. 아픈 몸과 마음을 길들여야 했다. 성한 손으로 아픈 어깨를 감싼다. 이만해서 다행인 고통, 이만하기 다행인 후회.
퇴원하고 현관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자전거가 나를 반긴다. 그동안 누비던 강변과 들판과 도로의 풀냄새가 느껴졌다. 고마워라. 가야 할 곳이, 가고 싶은 곳이 많다는 것은 아직은 힘들지만 그런 대로 살만해졌다는 소리겠다.
진명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