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44 호

[시가 있는 창 28] 내 안의 푸른 영혼



안데스 고원에 살던 인디오들은
사랑하는 여인이 죽으면
그 뼈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단다


나는, 일찍이 뗏목을 타고 떠난 콘티키를 생각하다가
남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통한의 바람소리에 반해
볼리비아산産 나무피리 하나 샀는데
지극한 선율 날갯짓을 흉내내려다보니
갈대밭 시끄러운 개개비 꼴이라
힘만 잔뜩 들어가 허우적거리다가
아래, 지공을 막는 엄지 인대가 탈이 났다
움직일 때마다 딱딱 결리는 것이
손가락인지 호흡인지 헷갈리지만
외롭게 자유의 무게를 떠받치고 있는 영혼
참 소중한 것 하나가 이런 것이려니
어머니 대지를 그린다는 뜻이 바로 이것일 게다
      김중일 시, 「엘 콘도르 파사」 전문




산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으로 향하는 길목을 서성이다가 빈 주머니 탈탈 털고 떠나는 것, 그 막연하고도 당연한 의미 외에는 없는 것일까? 그럴지라도, 그렇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미소를 나누며, 영원을 꿈꾸는 시간들이,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가치롭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믿고 싶은 것이다.


죽음은 하나의 거대한 산맥. 그러나 죽음을 넘어선 그 위, 시린 하늘을 날고 있는 맑은 영혼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바람도 없는 허공에서 저것은 시간을 견딘다. 저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이 지상의 것이기에, 지상의 말로 저것을 표현하는 일은 두려움이다. ‘참 소중한 것 하나가’ 나를 눈뜨게 한다.


한잔 술을 나눠 마시며,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꺼이꺼이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 오늘은 또 누구에게서 참혹한 말을 들었으며, 누구에게 고개를 숙였는지. 그런 것들의 상처는 가볍다. 내가 근심하는 것은, 마침내 자유의 키를 넘어서 무한창공을 날아야할 내 영혼의 날개가 퇴화하는 일이다.


사랑이여, 이제 더는 쓸쓸해 하지 않기로 하자. 허우적거리며 때로는 일상에 지쳐 눈물 흘릴지라도, 더 크고 엄청난 것이 그대 안에 있음을. 그대 스스로 바람을 일으켜 그대 스스로 무한창공이게 하는, 그러한 힘이 그대 안에 있음을.


페루에 가야겠다. 안데스 고원의 나이든 봉우리 ‘마츄픽추’에서 잉카의 후예들이 부르는 ‘엘 콘도르 파사’의 음을 타고 하늘을 날고 싶다. 한 마리 콘도르가 되어 내 안의 푸른 영혼과 만나야겠다.


박윤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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