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채기를 한다.
딸꾹질은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심한 알레르기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봄이 오면 꽃등이 벽을 더듬는데
벽은 밖으로 창을 내고 심호흡을 한다
꽃가루에 취하여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나갈 때
나는 밖으로 귀를 열고 눈을 닫는다.
보이는 것이 다 병이 되고
들리는 것이 다 만물의 이치가 된다고
눈을 감고 콧물 삼키며 누워서
들녘 달리는 봄의 발자국에 귀를 세운다.
귀가 소리와 면벽하고 어둠을 더듬는 동안
봄은 눈부신 색깔로 문밖까지 왔다.
창가의 더듬이는 색의 미궁에서 허덕이고
딸꾹질은 더 심하게 봄의 능선을 넘는다.
---------- 최휘웅 「알레르기」 전문

담장을 돌다가 에취 재채기를 했다. 담장 근처 자리하던 꽃가루가 코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줄줄 콧물이 나고 연거푸 마른 재채기가 났다. 꽃가루 하나에 내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까짓것쯤이야. 팔팔한 혈기는 무엇이든 넘어서려 한다. 이기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든지.
그러나 가벼이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그 시기만 지나면 말짱하다가도 다시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 같은 증상이 찾아들었다. 무시하다가 견디다가 결국에는 병원약을 처방받는 일이 반복됐다. 나아졌다가 심해졌다가 그러는 사이 증상은 만성으로 되어갔다. 혈기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을 그 작은 꽃가루 하나가 내게 일러주고 싶었던 것일까?
작은 꽃가루 하나가 덩치 큰 몸덩이를 지배해 유순함을 일러준다. 그 혹독한 대가로 인해 나는 작은 일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여린 귀를 자책하며 보이는 것만 믿겠다고 말하던 거칠어진 마음이 차츰 보드라와지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겠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가족이나 이웃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섬뜩하고 무섭다. 무엇인가 거스르는 게 있으니 살펴보라고, 면역체계가 몸에 보내는 알레르기신호처럼 마음이 마음에게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무디어진 마음은 우리가 무엇을 놓쳐 생긴 증상일까? 이정도 쯤이야 가벼이 보고 지나친 것은 또 어떤 증상을 불러들이게 될 것일까? 어느 사이 만성이 되어버린 무관심의, 무심함의 고개를 돌려 세우려면 우리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마음자리를 꼼꼼 살펴보면 거기 어떤 근원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픈 몸을 살피고 치료받듯 아픈 마음도 살피고 치료받으면 서로 다독이고 이해하며 사랑의 면역체를 키우던 예전의 순한 시절로 되돌릴 수 있을까?
관심이 깊어진 자리에는 사랑이라는 고운 꽃이 피는데,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나무들도 새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의 빗장을 풀며 다시 푸른 물을 끌어 올리고 있는데, 마음의 문밖까지 와 있는 눈부신 색깔의 마음의 봄을 불러들이는 것도, 돌려 세우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진명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