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38 호

< 시가 있는 창 22> 행복 전달

이른 아침 학교 언덕길
고요한 시선 하나 나의 내면 엿본다
고개 돌려 숲속 관찰하니 직박구리 한 마리
바로 지척에서 나를 바라본다
엄마 젖에 매달린 젖먹이마냥 동백꽃에 매달려
말갛게 나를 바라본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제 아빠 대하듯 내 눈에 제 눈 맞춘다
순간, 내 망막이 그놈의 눈 안으로 빨려 들어가
환하게 점등되는 걸 느낀다 황홀하게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에 가 닿는 걸 느낀다
하, 얘 좀 봐? 나는 직박구리와 눈 맞추는 일이
가슴 떨려 못 견딜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오래 지속하면 어느 찰나 저놈이 지리산 연곡사
동부도 속으로 날아가 버릴까 얼른
눈길 거둔다 그리고는 가슴 뿌듯하게
오늘하루 나는 직박구리의 아빠야, 자랑해대며
아이들 가르칠 일을 즐거이 구상한다 

조성래 「점등」 전문

 

 



색칠놀이에 빠진지 오래다. 가끔 완성된 색칠그림을 지인들에게 보내면 반응이 즐겁다. 우와, 나도 해봐야지 하는 사람이 있고, 눈 버리게 그 짓을 왜 하니? 하는 사람도 있다. 홍시를 갈라 씨를 빼고 속을 파내 먹기 좋게 봉지봉지 담아 냉동실에 얼렸다. 사진을 덧붙여 지인들에게 맛있는 홍시 맛보러 놀러오라고 안부를 냈다. 어떻게 만드니? 과정을 묻는 친구가 있고, 그냥 얼리지 번거롭게 왜 그래요? 하는 지인도 있다. 글 친구는 홍시를 소재로 멋진 글을 발표했다. 그 맘이 고마워 또 안부를 냈다.


행복한 친구가 주변에 있으면 삼단계 친구까지 그 행복이 전파된다더니 정말이네요. 지인이 보내준 댓글이다. 한번 봤을 뿐인데도 통하는 무엇이 있어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안부를 나누고 있던 차였다. 관계라는 게 관심의 문제지, 꼭 지척 가까이에 있어야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구나, 마음 속 따뜻함이 출렁인다.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는 것이 각자 고유의 취향이듯, 전달되는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도 각자의 취향이다. 별것 아닌 일상의 작은 일도 의미를 만들어 나누면 때로는 즐거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친구 춘식이가 어느 사이 아이들을 다 키우고 봉사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 들었다. 입가에 빙그르 미소가 번진다. 또 다른 삼단계 행복론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삶의 빈 구석에 눈을 맞추려 마음에 환한 등을 내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스쳐 보내던 것들이 소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또 무슨 해작질을 하지? 그래서 그 일을 핑계로 또 어떤 행복한 안부를 띄워 당신들을 웃게 만들지? 주변을 돌아보는 눈빛이 영판 아이의 눈빛과 닮아있다.

진명주 (시인)

 

OPEN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