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윤경 구의원
(비례대표)
미래를 위한 발전을 외치면서 왜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은 외면하는가?
스쿨존은 1995년, 어른에 비해 교통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행동반응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지정된 구역으로, 이는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앞 도로에 설치하는 교통 특별보호구역을 지칭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쿨존이 설치된 이후에도 학교 주위의 사고는 끊이질 않았고, 관리 당국은 이를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부주의를 원인으로 삼았다. 전방주시 태만, 신호위반, 과속 등으로 인한 사고가 줄을 이었고 그에 대한 관리 당국의 대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지난 8월 31일 삼덕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스쿨존의 허술함과 관리 당국의 태만, 그리고 주민들의 시민의식 결여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시민들의 무책임한 불법 주.정차로 인해 운전자가 도로로 나오는 아이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로서 운전자가 스쿨존 내의 제한 속도인 30㎞를 지켰다면, 불법주차 차량이 없어 운전자가 사전에 아이를 볼 수 있었다면, 이 끔찍한 사고는 미연에 방지되었거나 경미한 사고로 그쳤을지 모른다.
‘불법주차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빠른 속도도 아닌데’ 이러한 안일한 생각이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 사고에 대해 시민들은 불법 주.정차와 과속 등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며 관리 당국에게 책임을 물었고, 이에 관리 당국은 인력부족을 변명으로 내세웠다. 사고가 있었던 학교 측도 마찬가지로 방학기간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 배움터 지킴이의 부족으로 인한 사고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스쿨존에서 한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다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처하거나 스스로의 미흡함을 반성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로 향하는 책임을 덜기 위해 자신을 변호하는 모습은 사상의 발전을 부르짖던 그 당당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었다.
적어도 아이의 죽음에 대해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어른으로서 한 마디의 사과 정도는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기 전에 입 밖으로 꺼냈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 아니었을까.
보호구역 업무가 경찰서에서 각 기초단체로 이관된 상태인데 여기에 관리 소홀이 발생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만성적인 원인 제공에 대한 땜질식 대처 방안 제시가 아니라 근본적인 스쿨존 안전 환경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무늬뿐인 스쿨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기존의 교통안전 표시, 과속방지턱, 반사경, 방호울타리 시설 외에도 과속을 방지할 수 있는 도로협착시설, 고원식 횡단보도 시설, 신호위반 또는 과속 방지를 위한 단속카메라 설치, 주.정차 위반 단속용 카메라 설치, 정지신호에서 보행자가 차도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각심 감응장치 설치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문제이나, 어린이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진실을 믿어야 한다.
둘째, 스쿨존 내에서 전면적인 주.정차 금지가 어려운 만큼 주.정차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교통사고가 빈번한 등하교 시간에 대한 집중단속과 계도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스쿨존에서의 횡단보도 녹색시간이 성인 기준(0.9m/sec)에서 어린이 기준(1m/sec)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민의식의 개선이다. 모든 것을 공공기관의 탓으로 돌리는 주민, 인력 부족이나 주민들의 시민의식을 탓하는 공무원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러한 풍경이 바로 이 사회를 좀먹는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나만 아니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이미 사회 전체에 뿌리내린 부도덕을 걷어낼 수는 없다. 스스로 움직이고, 주위를 움직여야만 그 뿌리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라 차원에서의 지원도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시민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가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우리의 양심, 그리고 우리 동네의 명성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기른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고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변화하기에 늦은 시간이란 없으며, 소중하지 않은 생명도 없다.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사고가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마음속에 스쿨존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킬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