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고영민 〈즐거운 소음〉 전문

연거푸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머리에 수건을 둘둘 말고 나갔다. 아래층에서 왔단다. 못 박는 소리가 너무 심하다며 조용히 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오호라 이렇게 황당할 수가. 지금 집에는 나 외엔 다른 누구도 없는데. 머리에 젖은 수건을 감고 있는데. 머리 감다가 연거푸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무슨 일인가 나왔다고 말을 해도 그녀의 두 눈은 집 안쪽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있다.
그러더니 가만 들어보라고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한다. 정말 어디선가 벽에 못을 박는 소리가 쿵 쿵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리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집안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돌아갔다. 얼마 후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다시 그녀가 서있었다. 손에는 비닐봉지 속 빨간 토마토가 들려 있었다. 식구 중 예민한 어르신이 계셔 도저히 답 없다 생각되어 올라왔었다며 양해를 구한다. 그때 나는 약속이 있어 막 집을 나서던 차라 그럴 수도 있다며, 괜찮다며 다음에 차 한 잔 하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뒷날이라도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바쁜 일상으로 인해 차 한 잔은 그렇게 흐지부지 인사로 끝이 났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아래층 사람들이 이사 갔다는 소리를 다른 이를 통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사 오기 전에 층간 소음으로 인한 오해와 다툼이 왕왕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차 싶었다. 왜 나는 그때 그녀와 차 한 잔을 마시며 그녀가 올라오기까지의 힘들었을 시간을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마음 속 박힐 이 못 하나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던 것일까. 괜찮다고는 했지만 급작스레 봉변을 당했다는 느낌이 그녀와의 거리를 만들었을까? 그 뜨악함이 조금은 괘씸함으로 남았던 것이었을까?
그 일 이후로 나는 어디서 쿵 쿵 못 박는 소리가 들리면 빨간 토마토를 들고 서 있던 그녀를 떠올린다. 뾰족한 수가 없음을 알면서도 올라와야 했을 그녀의 빨개졌을 속을 생각한다. 벽에 박힌 못에 옷을 걸 듯 그녀가 내 마음 어딘가에 자기 마음을 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마음자락을 걸려고 했다가 무안하게 돌아서야 했던 그 눈빛을 떠올리면 미안함에 마음이 자꾸 오그라들곤 했다.
누가 이사를 했는지 어디선가 쿵쿵 못 박는 소리가 오래오래 계속된다. 주말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래층 사람들을 초대해야겠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내가 좋아하는 적색상추에 삼겹살을 내야겠다.
진명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