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서도 나 설움밖에 챙긴 게 없어
월세 같은 세월에 밀려
달방에서마저 달만 들고 나왔다네
월영동 반월동 완월동 신월동 두월동
달방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
나 바다에 다다르면,
천막 포차 꺼진 백열구에 내 달을 넣어
밤 바다 물결을 타고 넘고 싶었다네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헤드셋을 건 채
바다로 질주한 생도 있었다지 아마
나 어두워진 채, 떠나온 달방을 보고 있다네
밤 바다 물결 밤 바다 물결
물이 결을 세워 솟아오를 때
--------------------- 성윤석, <달방> 전문

사람의 눈물 같은 붉은 달. 나는 붉은 달을 보고 있었네.
어느 생인들 온전한 기쁨만을 가질 수 있으랴. 사막을 걸을 때도 그랬고, 너의 손을 놓아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랬다. 온통 가슴이 상처인 붉은 달. 붉음 속에 지나온 길들이 얽히고설켜 보푸라기처럼 삐져나온 달의 속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나 누구나 품고 사는 달.
내가 보이지 않아도 그대여, 나는 붉은 달을 품고 그대 주변을 기웃거리며 사느니. 그대에게 기쁨만 주고 싶어 나는 어둠속 검은 그림자로 살아가느니. 그대 나를 잊으라. 내가 기울어진 뒤에 희미한 새벽이 오면, 그대 그 빛으로 품속의 달을 씻으라. 그대 나를 잊으라.
붉은 저 달의 솟아남이 희망적이었다면 그것의 기움도 희망적이어야 하리. 모든 아득함의 뒤에 비로소 떠오르는 달. 그리고 모든 아득함을 남기고 지워져가는……, 그것은 그래서 사람의 절망 같은 달.
나는 그 무거움의 절망을 지고 허공을 걷노니. 누구도 나에게서 눈물을 보지 못하리라. 세상에 나기 이전에 걸었던 길, 이 삶을 버린 뒤에도 걸어야 할 허공의 길. 그러므로 이승의 길마저 허공 아닌 것이 있으랴. 내 생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기우뚱하며 걷는다.
밤 바다 물결. 물의 결이 또한 달에게 닿고 싶어 안달이다. 달의 빛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는 것이, 내가 너에게로 자꾸 닮아가고 싶던 마음과 가깝다. 네가 가진 표정과 삶의 어두운 그림자와 너의 낮고 빠른 노래와 네가 사랑하던 것들 다 사랑하고 싶었던. 허나, 돌아앉아 생각해 보면 혼자일 수밖에 없는 열망.
붉은 물결이 자꾸 솟구친다. 허공으로 허공으로 내몰리면서 저렇게 지치지도 않고. 아. 나는 허공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거기 살았던 것이리라. 다소 희망을 꿈꾸기도 하면서.
사람의 눈물 같은 붉은 달. 온밤이 지나도록 내 가슴속 붉은 달을 보고 있었네.
박윤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