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 벌써 4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됐다. 애들은 청소년기를 막 벗어나 자신들만의 세계를 꿈꾸고 있지만, 나는 남편으로부터 ‘뱃살공주’란 칭호를 들으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세월은 그야말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평균수명 여든 살을 넘어 이젠 백 살을 바라보는 시대다. 아직 내가 살아가야 할 날은 많다. 그렇지만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저승으로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얼마 전에 내 조카는 34살의 나이로 갑작스레 요절했다.
나도 마음은 무병장수하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사고나 질병으로 불귀의 객이 될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너무 버둥거리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최대한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소망하던 내일이다”란 말처럼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사는 것만이 후회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미움과 원망의 감정 품지 말고 조금 손해보고 베푼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사는 일은 그다지 힘겹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물처럼 흐르는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으므로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보람과 행복을 얻는 일이다. 고려시대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의 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를 읊조리며 한 세상 유익하게 살아볼 일이다.
이 옥 출 (엄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