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열 구의원
(괘법동, 감전동)
고유의 설날을 지낸 후 주로 정초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집터를 지켜준다는 지신(地神)에게 고사(告祀)를 올리고 축복을 비는 세시풍속인 ‘지신밟기’에 대하여 본 의원의 회상과 전해들은 내용, 유래 및 지역적 특색 등을 칼럼에 게재하여 보기로 한다.
‘지신밟기’는 농기(農旗), 영기(令旗) 등을 든 기수로 경리담당인 공원 한 명, 상쇠와 중쇠, 징, 호적, 장구, 북, 소고, 포수, 사대부, 사동, 각시, 기잡이 등으로 모두 30~40여명으로 길게 늘어서 마을 전체와 개별 가정의 안녕을 축원하는 신앙적.주술적 의례로, 어떤 측면을 강조하는가에 따라서 걸립, 걸궁, 고사반, 고사풀이, 마당밟기, 주살맥이, 매구, 매귀 등 다양한 명칭을 지닌다.
지신밟기는 지신의 내력과 복을 비는 내용을 풀어내는 소리를 한다는 의미와 지신이 바라는 바대로 한바탕 풀어먹여 대접한다는 뜻에서 ‘지신풀이’라고도 한다. 걸립(乞粒)이란 쌀을 얻기 위하여 다른 마을에 가서 지신밟기를 하는 경우로 쌀알(粒)을 얻기 위한 일(乞)이라는 뜻이며, 걸궁(乞窮)이란 궁핍한 형편에서 무엇인가 얻고자 나서는 일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주산의 신을 모시는 ‘주산지신풀이’, 당산 신을 위한 ‘당산지신풀이’, 집집마다 지신풀이인 ‘집돌이 당산풀이’ 외 각 종류별 지신밟기를 간략히 소개해본다.
① 대청지신풀이 - 장단, 춤, 가사가 대표적인 것으로 창사가 매우 길다. “지신 지신이 내려온다. 하늘이 생겨서 갑자년 땅이 생겨서 을축년……. 옥토끼 둘러메고 좌우로 노놔서서 십리만치 물러가 오리만치 뛰어들어 한찰치고 두찰치니 나무 넘는 소리 봐라. 천지가 요란하고 사방이 진동한다. (후렴)”
② 큰방 성주풀이 - “모셔오자 모셔오자 이 집 성주를 모셔오자. ……울리소 울리소 만대유전을 울리소. 잡귀 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후렴)”
③ 각방 치장풀이 - “이 집 짓던 석 달 만에 이 집 좋다 말을 듣고 온갖 사람 구경 온다. 이 집 치장을 들러봐라. ……교자상 자개판에 만판 진수를 차려놓고 일배 일배 부일배에 세상만사가 여길세. (후렴)”
④ 조왕지신풀이 - “어히여루 지신아 조왕지신 울리자. 큰솥은 닷 말치 작은 솥은 서 말치. ……(후렴)”
⑤ 우물지신풀이 - “어히여루 지신아 용왕지신 울리자. ……(후렴)”
⑥ 장독지신풀이 - “어히여루 지신아 장독지신 울리자. ……(후렴)”
⑦ 도장지신풀이 - “……개리(가려)보자 천 석 만 석 개리보자. ……(후렴)”
⑧ 마굿간 지신풀이 - “……마굿간 지신을 울리자. 기리(르)자 우마 대마를 기리자. ……(후렴)”
⑨ 정낭(뒷간)지신풀이 - “……정낭지신 울리자. 막우자 온갖 질병 막우자 설사병도. ……(후렴)”
⑩ 삽짝(사립짝)지신풀이 - “……총든 도적도 칼든 도적도 막우자. ……(후렴)” 등 창사가 아주 익살스럽게 표현이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적인 특색은 경기도 평택의 평택농악, 강릉 홍제농악, 대구 고산농악, 진주농악, 전북 김제농악, 전북 임실의 임실필봉농악 등으로 나타난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신밟기는 그 집의 마당, 부엌 또는 광에서 밟고 걸으며 춤추면서 한바탕 논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재미있는 지역 사례를 몇 가지 더 살펴보면 전북 남원의 괴양리 농악 샘굿(우물굿) - “아따! 그 물 맛있다. 꿀떡꿀떡 마시고 아들 낳고 딸 낳고 미역국에 밥 먹자.”
부산의 아미 농악 문굿은 “쥔 쥔 문 여시오! 문 안 열어주면 갈래요. 나그네 손님 들어갑니다.”
전남 진도의 소포농악 조왕굿은 “정제구석도 니구석 방구석도 니구석 마래구석도 니구석 삼사십이 열두 구석 잡귀 잡신 물러라!”
이때 집 주인은 곡식과 돈을 상위에 놓아둔다. 이렇게 모인 전곡(錢穀)이 마을에 필요한 공동기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풍물패가 지신밟기를 하면서 모은 것과 달리 걸립패가 지신밟기를 하는 경우에는 마을과 걸립패가 나누어 가지게 되어 마을의 기금조성과 걸립패의 수입 두 차원을 충족시키는 것이 큰 차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렇듯 지신밟기는 고사소리와 풍물놀이를 통하여 지신을 진정시킴으로써, 마을과 가정의 평안을 빌며 마을과 각 집을 축제적 공간이 되게 한다는 데 목적을 두게 된다. 지신밟기패는 공동체에 전승되는 의례와 연희를 매년 반복함으로써, 마을의 연희전통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같은 내용을 마을의 가가호호에서 연희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각 가정에서 내어 놓은 전곡은 공동체의 활동비를 분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집을 방문하도록 순서를 짠다.
물론 현재의 지신밟기는 규모와 행태가 갈수록 조금씩 축소되고 의미가 퇴색된다고는 하지만, 노동의 상황과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멸되어 전승의 맥이 끊어진 민요 등에 비하면 아직까지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만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의 지신밟기는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의해 새해의 안녕과 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전통을 계승하되, 과거의 의식적인 기능보다는 유희적인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 할 수 있다.
하루 또는 삼일간의 지신밟기 행사를 위하여 몇 달 동안 땀 흘려 연습하고, 무거운 북과 장구 등을 들고 온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도 웃음 잃지 않는 각 마을단위 풍물패들의 재능기부에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큰 박수와 감사를 표한다.
여러분들의 열성적인 지신밟기로 인해 우리 사상구가 더 살기 좋은 사상, 안전한 사상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