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으며 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는 처음 보는 나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다
팔 벌리자마자 갑자기 아이 앞에 나타나는 허공
어서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커다란 허공
내 품에 안기자마자, 철컥
아이는 자석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 뒤에는 다른 아이들이 있다
어린 눈마다 뚫려 있는 거대한 허공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김기택 〈보육원에서〉 전문

카톡으로 사진이 왔다. 아기 담요에 꼭꼭 싸여서 눈을 꼭 감고 있는 신생아 사진.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머리카락은 까맣고 연분홍 이마 아래 두 눈은 질끈 감은 채 콧날은 반짝반짝 입술은 발갛고 완벽한 귀하며……. 어찌 이리 예쁠까. 당연히 그런 모습이라야 하는데도 새삼 눈이 부시게 예뻐서 보고 또 보며 속삭인다. 환영 한다 아가야 오느라 힘들었지……. 그 전날 이 추운 겨울에 지구별로 오기 위해 어둡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려고 몇 시간째 고생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사히 잘 도착하길 기도 했었는데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난 새 생명이 기특하고 아름답다. 산달이 다 되어 배가 불룩한 사진을 예술작품처럼 보여 주던 아기 엄마 된 이에게 수고했다고 장하다고 엄마가 된 걸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이 세상에는 없던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탄생한 신비. 이 새로운 생명이 무궁무진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빛나길, 그래서 덩달아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며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장해 가기를…….
김기택의 시를 읽으니 뭔가 마음에 철커덕 들러붙는 무거운 게 있다. 모든 생명이 탄생하는 일은 마땅히 축복 받고 환영 받아야 하는데도 어떤 이유에선지 당연히 누려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보육원에 모여 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주위에는 사랑의 아우라 대신 허공이 자리 잡고 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자석처럼 철커덕 들러붙어 떨어지지 못하는 아이들.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그 추운 허기와 막막한 허공들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유난히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올 한 해가 가고 있다. 이 달이 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외롭고 슬픈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 팔을 활짝 벌려 껴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등을 쓸어 주고 싶다. 눈물이 그칠 때까지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두 손을 모아 잡고 따뜻한 입김을 호호 불어 마지막이라는 단어와 겹쳐진 한겨울 추위를 조금이나마 녹이고 싶다.
전 명 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