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형 모
좋은삼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트라우마’란 심리적 외상이라고도 하며, 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잘못된 믿음이 생겨나도록 하는 모든 경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트라우마는 예측할 수 없고, 미리 대비할 수도 없으며 도망가거나 회피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의 경험들은 그것을 경험했을 당시의 이미지, 감정, 신체 감각, 맛과 냄새, 소리, 그때의 생각들까지 그대로 저장하게 하며, 반복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개인에 따라 세월을 뛰어 넘는 고통을 야기하기까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거나 잠을 자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잠을 조절하려고 술을 마시게 되면 잠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에 변화가 오기 때문에 점점 더 잠을 자기가 어려워집니다. 또한 정서적 불편함을 조절하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된다면 더 불안하고 더 우울하게 만들어, 인격의 황폐화를 이끌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트라우마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자극을 피하기보다 다루어 나가려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피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가 심리적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피부의 상처가 저절로 아물듯이 마음의 상처도 저절로 치유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치유가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혼자의 노력만으로 힘들다면,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해서 그 고통을 이겨내야 하겠습니다. 대신 주변에서는 극단적인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고통의 현실을 직면하라고 요구하기보다 먼저 그들이 한숨을 돌리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안정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트라우마에 직면하는 것은 피해자 대부분을 고통스럽게 하는 불필요한 자극이 되기 쉽습니다.
트라우마의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정서적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부적응적인 행동까지도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과 연결감 내지 연대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안정감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이해야말로 치유의 진정한 시작인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전히 위협이 되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우선 이를 차단하고 이에 대해 피해자 스스로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충분히 안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