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25 호

친정아버지의 축가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는 사람은? 아, 다름 아닌 신부의 아버지시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지난 일요일. 행복하게 손을 잡고 선 신랑신부 앞에서 이 멋들어진 곡을 열창하는 신부의 아버지를 보고 ‘저 신부는 참 자상하고 멋진 아빠 밑에서 행복하게 자랐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결혼식이라는 게 가족 빼고는 언제부턴가 품앗이, 영수증 받기, 도장 찍기가 됐다.


그런데 얼마 전 경험한 친정아버지의 열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축가는 신부와 신부 가족뿐만 아니라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담아 딸과 사위에게 전했기 때문이다.

사실 딸을 보내는 아버지 입장에선 목메어 식장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렸을 적에 아빠에게 시집갈 거라며 말하던 사랑스러운 딸의 결혼식, 아버지 본인에게도 행복하지만 아쉽기도 한 날일 것이다. 속으로 섭섭해 하면서도 예쁜 딸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축가를 불러주는 가슴 벅찬 아빠의 마음은 그날의 그가 아니면 누구도 모를 것이다.


신부가 살짝 눈물짓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나, 이내 평온을 되찾고 아버지의 축가를 들었다.


아버지가 주례가 되고 축가를 부르는 생경한 결혼식 풍경.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숙연하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하객들 역시 눈도장 찍은 뒤 밥 먹고 달아나기 바쁠 테지만 이런 경우엔 예외일 듯하다.


축가가 끝나고 감동의 박수 짝짝짝~~ 우레와 같이 퍼져 나왔다.


양 창 숙 (주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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