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20 호

제자의 가장 값진 선물, 전화 한 통화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하루 전날 밤에 28년 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와서 흐뭇해진다.


올해도 5월 14일 밤에 “선생님, 저 흥복입니다. 그간 건강하시며 별고 없으신지요? ……다음에 부산에 내려가면 꼭 선생님 댁에 들르겠습니다. 계속해서 전인교육, 인간교육, 인성교육에 힘써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흥복아, 정말 고맙구나. 직장생활에 피곤하고 바쁠 텐데 졸업 후 한 번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그리고 결혼할 시기도 훨씬 지났는데 서둘러 결혼하렴. 그때는 내가 꼭 참석하마”하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1983년 고교 1학년 때 흥복 군의 담임을 맡았었는데 별로 잘해 준 것도 없고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제자도 아니다. 또한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직업전선에 일찍 뛰어든 제자다.


흥복 군은 엄청난 붕괴사고를 당했던 삼풍백화점에 서 일했던 적도 있다. 당시 그의 생사를 알아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연락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아 안절부절못한 적도 있었다. 할 수 없이 부산의 본가에 전화해 무사함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사고가 수습이 된 뒤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무척 염려하셨죠. 저도 연락드리고 싶었지만 사고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도저히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제 늦게나마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안심하십시오”라고 했다.


보통 스승의 날이면 가끔씩 선물을 사 들고 오는 제자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1~2년 뿐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 또한 재학생들도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선물꾸러미도 가져오지만 별로 달갑지가 않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물질로 서로 통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스승의 날 전날에 걸려오는 흥복 군의 전화 한 통화는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반가운 소중한 선물이 되어 버렸다. 오늘도 그가 훌륭한 사회의 역군이 되고 하루빨리 결혼해 가정을 꾸려 나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우 정 렬 (감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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