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19 호

흐트러진 일상,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면…

      의원 칼럼

 

     양두영 구의원
      (주례1·2·3동)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그 시간에도 우리들은 텔레비전 연속극에 빠져 있고, 홈쇼핑 채널에서는 호스트의 화려한 말재주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해외로 나간 스포츠 스타들의 소식은 반갑게 전해졌고, 종편에서의 토크쇼에서는 말의 성찬이 계속되고 있다. 식당에서는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의 우정을 위해 잔이 부딪혔다. 우리의 아까운 어린 생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어도 우리의 일상은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 그 배에 탄 승객들도 그들 일상의 연속선상에 있었다. 우리 이웃이, 친한 친구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시간을 내서 그 배에 탔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중 누구도 자신의 일상이 무사히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누구든 일상을 살아가는 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래 이렇게 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해상, 육상 등에서의 각종 사고를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래 놓고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나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번번이 처음 당하는 일처럼 허둥대고 우왕좌왕했다. 이번에도 구명정은 안 펼쳐졌고, 구명조끼는 제자리에 있지 않았으며,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는 키를 잡는다고 하고, 키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1등 항해사가 휴가가고 당일은 2등 항해사가 맡았지만 정작 사고 순간엔 입사한 지 4개월 된 3등 항해사가 조타를 했다. 키를 제대로 잡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였고 해결할 수 없었다.
배에 싣는 짐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켜야 된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3~4층으로 쌓고서는 쇠줄이 아닌 밧줄로 묶었다. 그것이 급선회하는 중에 끊어져 짐이 쏠리면서 배가 기울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또한 일본 중고선박을 개조해 한 층을 더 올리면서 균형이 깨진 것도 원인이다. 옥상에 수영장을 만들려고 물을 가두다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교훈을 하나도 새기지 못했다. 이런 변칙에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소홀이 겹쳐 재앙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모든 ‘갑’들의 횡포 탓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근무수칙은 물론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것은 선장과 선원의 태도다. 아이들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배가 가라앉기 전에 자기들만 빠져나왔다. 사회란 시키는 대로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살면서 속고 또 속아 뼛속까지 체득한 어른들만 대부분 빠져나와 살았다. 어른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착하고 어린 우리 아이들은 희생당하고 말았다. 우리 모두는 이 땅에서 누굴 믿고 살아갈 수 있을는지. 수사본부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에 있다. 절대로 어른들이 해야 할 도리는 진짜 아니라고 본다.
뒤돌아보면, 무엇보다 정부가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댄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처음부터 기동력을 발휘해 군과 해경을 지휘하고,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대처했으면 어린 생명을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고가 나고 생명을 구할 최소한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그 많은 시간을 우왕좌왕 허비하고 말았다. 날이 저물었다, 기상이 나쁘다, 물살이 빨라 구조를 못한다,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는 변명 아닌 변명만 늘어놓는 이상한 일만이 이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서 예상 가능한 사건사고를 상정해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고, 실제 상황에 맞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또한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상황 발생 시 상황보고, 전파 지연 및 보고 누락에 따른 문제점이 자주 제기되고 있으며, 보고 지연에 따른 초기 대응 실패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재난안전 위기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중요 재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재난안전 상황관리와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하겠다.
이제까지 느낀 것이지만 정부와 공무원, 관계자들은 사태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제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저리도 느긋한가 싶다. 승객의 안전을 뒤로 한 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도 그렇고, 이들을 구한 사람들도 또한 그렇다. 정신이 제대로 되어 있고, 사회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지, 과연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일상을 평안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한두 달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흐트러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원리원칙을 정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 그에 따르도록 해야 하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또 사고를 당하게 될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세월호가 침몰한 데 이어 아파트가 무너질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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