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갈 때마다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느 주부를 자주 본다. 내가 이 모녀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 엄마는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혹은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그 옆을 지나치면서 들어보면 엄마는 백설공주가 되기도 하고, 마녀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런데 엄마, 백설공주는 얼짱이야?”라는 순진무구하면서도 황당한 질문도 한다.
그런 질문을 받는 엄마도 행복할 것이며, 책 읽어 주는 엄마를 둔 이 아이 역시 참 행복한 어린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동네 주부들과 함께 1주일에 한 번씩 ‘동화 읽는 어른모임’이라는 이름으로 2년 남짓 어린이 독서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좋은 책을 읽고 서로 권하면서 내 아이와 남의 아이에게 책이 주는 건강한 기쁨과 만날 수 있도록 하니, 아이들 간의 우애는 물론이고 이웃 간의 정과 사랑의 깊이도 커지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었다.
아이는 책의 내용에 대해 재미난 반응들도 보이고, 어떤 때는 멈추지 않는 웃음으로 깔깔거리다가 또 어떤 때는 그림 속 아기곰과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엄마,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거지?” 그러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멋쩍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함께 책 읽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며, 한편 게을러지는 내 책읽기와 아이의 책읽기를 반성하게 하는 청량제가 되어주기도 했다.
좋은 책이야 말로 아이의 미래의 인생에 유익한 것을 무궁무진하게 담고 있는 보물이다. 이 보물을 그냥 “네가 가져봐”라고 할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하며 같은 그릇에 담아 보자. 그 아이는 정말 행복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이 세 영 (감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