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15 호

우리 지역 두 시인, 새해 맞아 시집 동시에 펴내

진명주 「휜치는 언제 돌아올까」·박윤규 「꽃은 피다」 출간

 

 

 

 

갑오년 새해를 맞아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서 왕성한 문학활동을 보이고 있는 우리 지역 두 시인의 시집이 발간됐다.


진명주 시인은 2000년 첫 시집 「소리없이 새는 것이 있다」를 펴낸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휜치는 언제 돌아올까」(신생 시선)를 펴냈다. 진명주 시인은 본지 〈사상소식〉의 ‘詩의 풍경’을 맡아 꾸준히 좋은 시작품을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시인이다. 박윤규 시인도 본지의 ‘시가 있는 창’ 집필시인으로서 오랜 기간 본지에 원고를 게재했으며, 현재 다누림센터에서 시작 강의를 맡고 있다. 박윤규 시인 역시 12년 만에 그의 네 번째 시집 「꽃은 피다」(황금알 시선)를 발간했다. 이 두 시집은 부산문화재단으로부터 2013 창작지원금을 받아 간행된 것이다.


진명주 시인은 첫 시집 이후 생의 진실에 천착하고 존재한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번 시집에서 특히 여리고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속에서 자아와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있다. 시인의 이런 시편들은 단순한 일상적 서정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색을 통해 심원한 세계인식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발견케 한다.


평론가 김경복은 발문에서 “도저히 내가 가닿을 수 없는 마음의 한 자락을 들라면 ‘지극한 마음’일 것이다. 이 지극한 마음은 애써 짓는다고 생기는 마음은 아니다. 그것은 저 안의 깊은 고통의 단련과 성찰의 시간 뒤에 지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가졌을 때 나오는 것이다. 이 지극한 마음을 가졌을 때, 시인은 공감과 포용의 태도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경寫經을 한다/ 뻐꾸기도 쉰 목을 가다듬는/ 축시丑時/ 난간 위 바구니에는/ 말라버린 석류가/ 지구본처럼 앉아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손톱 밑이 까매진 여자/ 분갈이를 하고 있다/ 씨알 굵은 구근 몇 개/ 마음이 비탈지다/ 흉몽인지 길몽인지/ 소스라치게 놀라 깬다/ 깨면서도 꿈인 것 같아/ 눈을 뜨지 않는다 ―― 진명주 시, 〈사경寫經을 하다〉 전문


박윤규 시인은 현재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물고기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이번 시집 「꽃은 피다」에서 시와 삶의 본질을 끝없이 탐구해가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구분되어진 경계에 서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그 인식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평론가 황선열은 발문에서 “박윤규의 이번 시집은 깊은 사색의 뜰을 거닐게 한다. 자연 속에서 거닐면서 작은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동안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일상의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집을 읽으면 허무와 절망, 고독과 방황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다”라고 하였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자꾸 아팠다/ 몇 날을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고 나서 깨어난 아침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너무 환하다/ 창 아래 진달래가 피었다/ 어떤 꽃들은 반가워서 피고 좋아서도 피겠지만/ 진달래는 아프면서 피는 꽃이다/ 기억에도 없는 봄날을 있는 대로 울다가/ 자취도 없이 스러지는 꽃이다/ 누군들 살아 북받치는 설움 없으랴마는 ―― 박윤규 시, 〈진달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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