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주(시인)
복천내 건너온 바람이 대문을 흔든다
아버지의 귀가는 늦어지고
어머니는 막내동생 머리를 긁어보라고 한다
어디쯤 오고 있는가
뒤통수쯤인지, 앞이마쯤인지
마음이 마음을 짚어낼 수 있는지
대문을 찌걱이다 돌아가는
바람의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는 휑한 그믐
아랫목에 묻어둔 밥주발이 몇 번 넘어졌다
하품이 잦던 막내도 애저녁에 잠들고
불안을 문풍지처럼 올려 둔 방안에서
한 땀 한 땀 이불 호청을 꿰매는 어머니는
밤을 연탄재처럼 하얗게 태우는데
안강들에서 출발한 주먹 눈이 창문을 퍽퍽 쳤다
이영옥 〈어디쯤 왔을까〉 부분

구월의 달빛에는 물소리가 난다. 먼 데 정박했던 그리움을 흔들면서 연어처럼 세상의 거친 물살을 헤치며 떠난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자식들의 거친 숨소리다. 어찌 그 뿐이랴. 집을 떠난 자식들이 온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노모들의 눈물 젖은 간절함이다.
어디쯤 왔을까? 607호 할머니가 아파트 입구에 나와 계신다. 위험하다고, 자리를 옮기라고 경비원이 주의를 주자 그제서야 아파트 안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앉으신다. 앉아서도 시선은 차도로 고정이다. 차량이 들어설 때마다 벌떡 일어섰다 주저앉는다.
며칠 전, 설마 작년에 안 왔는데 올해는 오지 않겠냐고 묻기도 전 말을 하시며 멋쩍은 듯 웃으시더니 어느 사이 연락이 닿은 게다. 할머니의 백발의 머릿결도 어느 사이 삼단같이 좋던 시절로 돌아간 듯 다시 검게 물들어져 있다.
어디쯤 왔을까, 머리 긁던 자식들은 머리가 굵어 하나둘 떠나고 빈 집엔 늙은 할머니 혼자 틀니처럼 그리움을 끼고 산다. 할머니의 마음 속 아랫목에 묻어둔 그리움의 밥주발은 시간이 지나도 제 온도를 잃지 않는다. 며칠 지나도 좀체 줄지 않는 전기밥통 속 색 바랜 밥만 탈색된 그리움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구월의 달이 휘영청 밝아온다. 할머니는 밝은 달빛을 이불 삼아 단잠을 이루시리라. 명절 때 찾아뵈면 차 소리에 반색을 하며 뛰쳐나오던 구순을 바라보는 친정어머니처럼, 어디쯤 왔을까? 문밖을 서성이며 당신의 앞이마를, 뒷통수를 긁고 있을 세상의 모든 노모들은 오늘도 마음 속 가득 환하게 불을 밝히고 서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