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11 호

의원칼럼 - 참된 힐링

   조송은 구의원
     (비례대표)

 

 

요즘 ‘힐링’이 대세인가 봅니다. TV 프로그램부터 시작하여 전 사회적으로 힐링이란 단어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힐링여행, 힐링음식, 힐링건강식품, 힐링요가, 힐링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힐링이란 단어를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합니다.
힐링(healing)은 치유·치료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몸과 마음의 병이나 불편함을 치료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힐링이 대대적인 선풍을 끌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병든 몸과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를 치유하고픈 소망이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험난한 세상살이를 겪은 사람 중에 병이 없거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힐링’이란 그럴 듯한 포장으로 이를 치유해준다고 하니 기대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과연 힐링프로그램, 힐링여행, 힐링음식, 힐링요가 등이 우리의 병든 마음이나 몸을 치유해줄까요? 종기가 빠지듯이 아픈 상처를 도려내어 깨끗하게 만들어줄까요?

 

우리 민족은 고조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살아왔습니다. 봄가을 농번기가 끝나면 제천행사를 치렀는데 대체로 가을추수를 끝내고 감사의 뜻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늦가을 보름달이 휘영청 뜨는 날을 택하여 제사를 지냅니다. 요즘 우리가 흉내 내는 제례방식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라 조선 왕조이후 보급된 주자가례를 따라하는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제사는 중국과 같이 엄숙하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춤으로 모두가 흥겹고 신명나게 노는 것이 제사였습니다. 신명이 나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한마음으로 즐거워지고 이것이 천지자연과 통하면 하늘에 올리는 가장 훌륭한 제사였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청동기 유물은 음식그릇, 술통, 술잔 등 제사를 올리는 제기가 대부분인 반면, 고조선 청동기 유물은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 치렛거리 등이 주류를 이룹니다. 중국인들은 음식과 술을 진열하여 신의 환심을 사려고 한 반면, 우리 조상들은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 등을 손에 들고 몸은 치렛거리로 장식하고서 춤과 노래로 신명나게 놀아서 신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에 이르러서도 각 마을마다 농악이 있었는데, 봄에 모내기를 끝냈을 때나 가을에 추수를 마쳤을 때 마을마다 농악을 즐기며 춤과 노래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주었습니다.

 

보름달이 뜨면 혈기가 왕성해져서 신명이 통하기 더욱 쉽습니다. 가족과 마음이 통하고 이웃과 마음이 통하고 천지자연과 혼연일체 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가족 간에 혹은 이웃 간에 서운한 일이나 얼굴 붉혔던 일 혹은 자연재해로 고생했던 일들이 말끔히 해소됩니다. 말로 생기는 앙금 없이 서로 간에 마음이 통하여 이전의 상처가 모두 보듬어지기에 제천행사나 마을축제 후에는 우애 좋은 가족, 다정한 이웃,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자연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제천행사나 농악을 매개체로 한 마을 축제는 우리 조상들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아니 가장 효과적으로 보듬어주는 사회적 집단적 힐링 방법이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국가적 제천행사나 마을 축제가 드물기 때문에 사회적 집단적 치유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간혹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서로 얼싸안고 응원하는 것이 그나마 사회적 치유프로그램으로 작동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일매일 세상살이에서 부딪치는 가족 간 이웃 간의 앙금은 사회적 제도나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도와 대화는 기다리다 지쳐 상처를 안고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를 다시 들쑤시기 일쑤입니다. 제천행사나 축제 등 신명난 한마당이 주는 따스한 보듬은 기대할 수조차 없습니다.

 

힐링여행, 힐링음식, 힐링건강식품, 힐링요가, 힐링미용 등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다시 예전의 상처는 되살아날 것입니다. 아니 속 보이는 상술에 상처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힐링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서로 마음을 열고 생활할 때 매일매일 고된 세상살이가 신명난 삶으로 변화됩니다. 가족과 이웃 간에 밝은 미소로 인사하고 서로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때때로 신명나고 흥겨운 시간을 함께 보내면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믿음이 자연히 형성됩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에 생겼던 상처는 원래보다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치유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밝고 활기찬 미소와 인사를 보내는 것부터 실천하여 밝고 신명나는 사상구를 만들어 봅시다.

OPEN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