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주(시인)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댓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긍정적인 밥〉 전문
8월 14일 저녁, 부산연안부두 수미르공원이 왁자하다. 부산작가회의의 행사 중 하나인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는 날이다. 올해는 특히 부산항만청의 후원으로 ‘한여름밤의 선상 아리아’라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회원들의 참석률이 높아 집행부는 싱글벙글 신이 났다.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회원들의 관심만큼 커다란 보람도 없으리라. 모여든 회원들의 표정도 조금씩은 상기된 모습이다. 바다가 있어 좋은 부산. 이렇게 선상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다를 끼고 사는 도시의 커다란 혜택이다.
준비된 배에 오르자 식이 진행되고, 신입회원들의 소개에 이어 시낭송과 소설낭독이 이어진다. 통기타를 곁들인 노래 속에 간단한 저녁식사까지 꿈결같이 아련한 시간이 흘러간다. 배는 일행들을 태우고 오륙도를 향해 달린다. 일행들은 2층 갑판으로 올라와 밤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사진을 찍고, 부산의 야경에 마음껏 취한다. 머잖아 개통될 공사 중인 북항대교 아래를 지나 오륙도를 돌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일정을 마치고, 중앙동 모처에 준비된 자리로 옮겨 2부의 시간을 가진다.
이 행사는 독자를 초대하여 함께 하는 작가회의의 여타 행사와는 달리 온전하게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작은 만찬이다. 신·구 회원들끼리 단합도 단합이려니와 글 쓰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만져주는 시간인 것이다. 고독한 글쓰기에 다들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지친 마음들을 끼고 사는 이들끼리 모여 숨겨둔 같은 무게의 고통들을 나누고 미루어 짐작하며 서로 위안하고 위안 받는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들이 가볍고도 무겁다. 누가 시킨다고 할까. 힘들다 하면서도 글 쓰는 일이 즐거워 모인 사람들. 시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어떤 대안은 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넘어져 다치면 반창고가 필요하듯 시가 우리 삶의 어떤 작은 부분이라도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은 위안의 반창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때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시였으면 좋겠다. 시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 추스러져 다시 일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