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사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물건을 싸고 나르고 정리하는 일까지 한번에 해주는 이삿짐 업체가 있어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나 나도 경험해봤지만 주변에서 이삿짐 나르다가 세간살이가 깨지거나 이상한 웃돈을 요구하는 일 때문에 다투는 일이 적잖다. 며칠 전 이사한 동생도 그런 일로 속상해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몇 년 전 일본에서 잠깐 체류할 때 경험한 일이 떠오른다. 나리타 쪽에서 근무하다가 홋카이도 부근으로 옮기게 됐다. 이사를 위해 현지 이삿짐센터에 부탁을 했더니 이삿짐센터 직원 두 명이 오전부터 집에 와서 일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들은 마치 자기 세간을 다루듯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정성껏 짐을 쌌다.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너무나 고마워 답례로 점심이나 한 끼 대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에 봐두었던 주변에서 가장 깨끗하고 음식 맛이 좋은 식당에 전화를 해서 예약까지 해두었다.
그러나 정작 점심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져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30여 분 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항의 겸 섭섭함을 표시하자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기들 회사에서 책정된 하루 임금 속에는 점심값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즉, 내가 지불한 요금에서 점심값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자신들은 내 돈으로 점심을 사먹었다는 얘기였다. 조금 정이 없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들의 철저하고 성실한 자세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우리는 이사 당일 빵 사주고 음료수 내고 짜장면 시키고 정신없는데….
오후 작업은 아파트 앞마당 한 귀퉁이에서 있었는데 그들은 일을 끝내기가 무섭게 물로 마당 구석구석을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청소하고는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일을 맡긴 고객에게는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으려는, 직업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그들의 태도에서 나는 무언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오래도록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매사에 이런 투철한 직업의식을 발휘한다면 서로 간에 항상 웃으며 만나고 웃으며 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선 화 (감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