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9 호

詩의 풍경 <28> 명지에서

진명주(시인)

 

 

맹지, 

바다는 저 넓은 여백을 어떻게 처리할까

마침표 하나 담담하게 찍어놓고 종일 말이 없다

수심이 너무 깊다

맹아,

종일 그대 생각에 출렁거렸다

물마루가 빚은 도요등 맹금머리등 백합등 다대포 몰운대 진우도
신자도 장자도를 내 사랑 오지에 띄워놓고 지척이란 말이 이렇게
까마득할 때가 있단 말인데

명지,

사랑의 끝물, 그대 사는 마을의 뿌리를 간곡히 거머쥔 일웅도

사랑의 방점,
           
               전다형 〈일웅도〉 전문

 

 

명지 가지 않을래요? 낙동강 하구 내 마음의 습지, 명지 가지 않을래요?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젖은 채로 물배암처럼 빠르게 스며들지 않을래요?


마음이 꾸무룩 낮아지는 날이면 몸은 어느새 명지로 향하는데요. 간조 때는 갯벌로, 만조 때는 하구로 시간 따라 얼굴 바꾸는 모습을 보러 가는데요. 크고 작은 물고기와 집게발을 슬금슬금 뻗치며 돌진하는 게들은 그 날 그 날 덤이고요. 운 좋으면 여러 종류 철새들을 한 자리서 볼 수 있지요. 개개비, 가마우지, 쇠물닭, 어느 게 어느 건지 구분은 안가지만 그 중 한 무리 고니를 가려내는 것이 어디인가요.


그리운 강의 허리를 관통하는 명지대교를 지나 그리운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있는 주거단지를 지나, 명지 가지 않을래요? 한 팔을 떼어주고 한 다리를 떼어주고 마지막 가슴마저 내어놓은 명지는 우리 아픈 그리움의 흔적을 닮았는데요. 상처의 흔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우리 같이 지켜보지 않을래요?


멀리 세모고랭이가 손 흔들어 반기는데요. 철새들의 먹이인 세모고랭이는 여름에는 갈대와 더불어 낙동강 하구를 푸른 풀밭으로 만들고, 가을에는 황금빛 몸을 흔들어 먼 길을 찾아온 새들과 그 장관을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을 품어주지요. 얼마 남지 않은 몸을 추슬러 둥그렇게 새들을 품는 세모고랭이를 보면 어지간히 굳어가는 마음도 따라 둥글게 굽어지는데요. 젖은 마음이 젖는 마음을 알아보고 껴안는데요.


명지 가지 않을래요? 그리움의 막차를 타고 담수와 기수와 해수가 묘하게 어우러진 그 미묘한 물색에 당신, 한 번 와서 마음껏 젖어들지 않을래요? 마음에 출렁 물소리가 나는 명지 가지 않을래요?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 깜박이를 넣고 졸갑증에 걸린 사람마냥 마음이 가빠지는 것을 즐겨보지 않을래요? 사랑의 끝물을 한번 타보시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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