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8 호

전통시장 예찬

나는 당최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기가 싫다. 어릴 적 5일마다 서는 시골장터가 참으로 그립지만, 이젠 그런 시골장터까지는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었고 도시생활이다 보니 그 시절 장터 맛을 살릴 수 있는 곳이 그나마 시내 전통시장(재래시장)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은 이 시장에 나가 사람 구경을 한다.


이른 아침부터 시장은 잠을 깬다. 사람들이 하나둘 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도로가와 시장 주변 길가에는 할머니들도 쪼그려 앉아 장사 채비를 서두른다. 나물 몇 줌, 당근 몇 개, 오이 몇 개가 전부지만 나름대로 구색을 갖추느라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시장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사람 사는 맛이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값도 대형 마트보다 싸다.


정육점에도 송곳 한 자루 꽂을 여지없이 사람들이 늘어 서 있다. 산적과 꼬치 만들 고기를 사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생선 파는 아줌마가 껍질 벗기고 깨끗이 다듬은 홍어를 봉지에 집어넣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째 표정이 뚱하다. 장사가 밑진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라더니 혹시 밑지고 판 건가? 시장에선 파는 사람 마음도 푸지고 사는 사람 마음도 푸지다. 가격을 두고 밀고 당기는 실랑이도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니다.


홍어를 손질하는 아줌마의 손길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만일 도마 위에서 하는 예술 경연이 있다면 입상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모르긴 해도 아줌마의 예술의 재료가 되고 있는 저 홍어는 전라도산 홍어일 것이다.


‘신토불이’란 말을 달리 해석하자면 ‘입맛의 관습 헌법’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에 먹어 봤던 국산 홍어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 나는 아직 내 입맛의 관습 헌법을 변경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들지 않는다.


시장에선 평소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재료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덥석 나물도 사고, 돼지 머리 고기 누른 것도 사고, 매실·논고둥·참외까지 기타 등등 이것저것 입맛대로 사면서 옛 추억에 사로잡혀 마냥 즐겁다.


물건 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서민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즐거운 마음에 장사꾼들의 아우성치는 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사상구민 여러분, 이번 주말 마트에 갈 계획이 있으시면 한번만 마음 고쳐먹고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려 보심이….     

                                    
오 수 금 (괘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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