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7 호

우리 동네 갈대 이야기

1740년 발행된 『동래부지』 고적조에 의하면 중국에서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소상팔경’에 비유할 만큼 사상지역은 예로부터 낙동강 하류지역의 경승지였다. 이른바 사상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8가지를 표현한 ‘사상팔경’ 속에는 ‘칠월해화’(七月蟹火ㆍ7월 갈대밭에서 게를 잡기 위해 밝힌 횃불)와 ‘팔월노화’(八月蘆花ㆍ8월 강변에 피는 갈대꽃)가 들어있을 만큼 갈대는 우리 고장의 명물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를 지나면서 개발에 밀려 갈대밭이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그렇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있다. 낙동대교 남단의 장인도선착장에서 엄궁선착장 사이의 낙동강둔치 일대가 바로 이 구간이다. 이 곳의 둔치에는 중간에 수로가 있고 그 주변에는 갈대가 옛 모습과 가깝게 간직하고 있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길이 제대로 없었던 덕택이다.


지금도 이곳을 찾으면 갈대가 무성한 군락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우리 고장 사람들은 9월초에는 갈꽃을 뽑아 갈대빗자루를 만들어 집집마다 청소도구로 사용했으며, 솜씨 좋은 사람들은 색실을 넣어 만든 빗자루를 구포장에 가서 팔기도 했다.


특히 엄궁 사람들은 베어낸 갈대로 초가지붕보다 수명이 10배나 길었던 갈대지붕 재료로 사용했다. 얼마 전 구청에서 전시한 ‘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라는 사상 옛사진 전시회에서 엄궁동 사진 속에 갈대지붕이 남아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서 무척 기뻤다. 과연 갈대 지붕이었음을 알았던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 고장의 명물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니 반갑지 아니한가. 봄에는 연둣빛으로 솟아나는 새로움이 이미 져버려 서걱대는 갈색 사이로 보여서 좋다. 갈대의 키가 허리춤 이상으로 자라난 뒤에는 바람이 일 때면 갈대밭이 물결처럼 파도치는 모습이 마치 녹색 카펫처럼 보인다. 또한 갈댓잎으로 바람개비도 만들어보고, 갈대밭 속에서 개개비의 소프라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낭만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에는 다시 조금씩 푸른빛을 벗어가는 한편으로 꽃을 날리는 품이 그럴 듯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날씨 가운데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벗어버린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풍경이 좋다.


휠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갈대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사상구의 자랑인 엄궁선착장~장인도선착장 사이의 넓은 갈대밭으로 나들이할 것을 추천해 본다.

 

강 은 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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