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7 호

작은 배려

“끼~~이~~익”


“헉! 엄마. 저 사람 너무한 거 아냐? 우리가 저 차 박을 뻔했잖아.”


“그러니?”


얼마 전에 남편과 아이들을 태우고 친지 칠순연에 갔다 오던 길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다른 차량의 마구잡이식 끼어들기 때문에 내가 급정거 하면서 사고가 날 뻔했는데 그저 느긋하게 운전을 하자, 그렇게 지나치게 관대한 나를 보고는 옆에 있던 아이들이 더 이해를 못하며 방방 뜬다.


우리 부부가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에 상당히 관대한 마음이 들게 한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내가 둘째 아이를 낳던 때 남편 회사 일로 함께 제주도에 갔었다. 그런데 제주를 떠나 김포로 돌아오던 우리가 탑승한 항공기는 폭우와 번개로 인해 착륙을 못한 채 공항을 수십 회 선회하며 가솔린을 쏟아 버리고 있었다. 그저 천지신명께 비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하늘의 도우심이 있었는지 비행기가 한 시간 반 만에 김포공항에 착륙을 시도했다.


끼이이잉……


비행기가 내리는 동안에도 산통은 계속됐고 이미 그 전에 상황을 파악한 승무원들이 우리 부부를 맨 먼저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해 줬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 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에 가자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머리에 털 나고 혼잡한 시내에서 그렇게 빨리 달리는 택시는 처음 봤다. 그야말로 총알처럼 질주를 하기 시작한 건데 총알도 그렇게 빠를 수는 없었다.


전광석화 같은 끼어들기와 고속 주행으로 우리는 서둘러 산부인과에 도착할 수 있었고 거기서 무사히 둘째를 낳았다. 조산이었지만 처음에 인큐베이터에 약간 있었던 거 말고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그동안 그토록 미워했던 난폭 운전(광폭한 끼어들기 등)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아기를 낳은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 부부는 운전을 하면서 타인의 끼어들기에 완벽하게 관대해졌다. 뒷좌석의 아이들이 놀리든, 직장 동료가 ‘양로원 운전’이라고 비난하든, 누구든 끼어들라치면 나는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공간을 준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양로원 운전’을 하냐고 따지는(?) 아이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는 무게를 잡고 한마디 한다.


“저 자동차에는 어린 아기가 몹시 아파 병원으로 향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저 손님은 첫아이를 낳는다는 아내의 전화에 달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또는 그동안 너무 바빠서 참석 못했던 아버지의 제사를 3년 만에 찾아 가는 아들일 수도 있고, 미국 가는 마지막 비행기를 놓칠지 모르는 사람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자그마한 배려, 그저 한두 번쯤 져 주는 여유, 이런 게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서로 양보함은 물론 서로 더 조심하는 문화가 싹트지 않을까.


유 일 숙 (모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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