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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정리를 하다 보니 오래된 잡지책에 일본의 신세대 처녀들이 손꼽는 좋은 신랑의 3대 조건이 실린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건 3고(高)였는데 첫째 키가 클 것(高身長), 둘째 학력이 높을 것(高學歷), 셋째 연봉이 높을 것(高年俸)이 바로 그거였다. 참 재미있는 일본식 결혼조건이었는데 기사 내용을 죽 읽어 보니 일본 젊은이들은 막상 신혼여행 가보니까 생각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면 미련 없이 늦기 전에 이혼을 선언하고 돌아서 버린다고 했다. 자기인생은 자기가 선택한다는 적극적이고 자아가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신세대 사이에서 생겨난 유행어가 나리타 이혼 (혹은 ‘하네다 이별’이라고도 한다)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나리타공항에 내리는 즉시 이혼해서 시댁 아닌 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데서 생겨난 말이다. 이때 친정 쪽 부모는 귀여운 딸이 나리타 이혼을 하고 혼자 돌아와도 “참고 돌아가서 그 집 귀신이 되라”고 다그치지 않으며, 아들 쪽 부모 역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하니 너를 믿는다”고 다독거린다는 것이다. 일본과는 약간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혼례비용이 15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혼수에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자식 한둘 결혼 시키고 나면 부모는 지붕만 있는 집에서 눈비만 피하며 살아야 한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해서 살면 다행이지만, 그 혼수가 문제가 돼서 약혼 뒤 파혼 한다든가 혹은 결혼 후 이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또 결혼이 성사돼 요즘 웬만한 호텔의 결혼식장엘 가보면 하객 뷔페 값과 이벤트 예식비용은 상상을 넘는다. 신혼여행은 9∼10일씩 유럽이나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갔다 와야 직성이 풀린다. 특급호텔에서 수천만원짜리 예식을 할 정도로 권력과 금력을 쥔 사람들이라면 축의금만 해도 몇 곱절 남으니까 밑질 것도 없다. 그런 계층이 두터워져 갈수록 사회정의와 근검정신은 사라질 것이다. 갈수록 과다해져 가는 우리의 결혼식 비용 풍토를 기성인으로서 걱정스럽게 생각해 본다. 김 성 희 (엄궁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