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4 호

詩의 풍경 <23> 따뜻한 밥 한 그릇

 

                                              진명주(시인)

 

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다가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 언놈이 밥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밥소라에서 퍼주는 따끈따끈한 밥을
내가 하동지동 먹는 걸 보고
진외당숙모가 나에게 말했다
- 밥때 되면 만날 온나
 
아, 나는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젖을 못 먹고
밥조차 굶주리는 나의 유년은
진외가 집에서 풍겨오는 밥냄새를 맡으며
겨우 숨을 이어갔다
              
                       오탁번 〈밥냄새 1〉 전문

 

벌써 점심때가 되었나. 사무실 창밖으로 둥근 밥상이 보인다. 누군가를 위한 밥상을 나르는 여인들의 행렬이다. 머리 위에 이층, 삼층, 둥근 밥상을 이고 가는 여인들을 보노라면 밥 한 끼의 고단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나간 자리, 여인의 뒤태에 매달린 삶의 고단함이 주춤하니 남아있다.
최민식 사진작가. 그가 갔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더니, 그는 가고 그가 찍은 사진만 남았다. 책꽂이에 꽂힌 그의 사진책을 펼쳐본다. 무거운 삶의 짐을 이고 지고 사는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를 위한 들러리가 아닌 온전한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무자비한 가난과 아픔을 찍어낸 사진이 아니던가. 그러기에 그 아픔을 마주하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자신의 운명과 씨름하는 슬프고 고독한 인간의 모습들. 삶의 팍팍한 순간들이, 지난한 시간들의 순간순간이, 이것이 삶이고 현실이라고, 흑백의 시간으로 고스란히 남아 우리 가슴을 겨냥하고 있다. 시간이 다르고 모습이 다를 뿐이지, 결국 한 끼 밥을 위한 고단함이 아니겠는가.
그의 부음 소식을 접하고 난데없이 나는 왜 밥 생각이 났을까. 사는 게 별거 아닌데.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가고 남은 자들은 남아 또 한 끼의 밥을 향해 이렇듯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순해졌다. 꽃샘추위가 남긴 했어도 볼에 와 닿는 바람은 지난 시간의 것이 아니다.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해 바뀐 지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2월도 성큼 지나고 있다. 연초 세운 계획표를 본다. 무엇을 위한 다짐이고 결심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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