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3 호

나는 행복합니다

마트에서 계산하고 돌아서던 한 아주머니가 과일 진열대를 둘러보며 외쳤다.
“참 좋은 세상이여! 이 겨울에 수박이 다 있지, 토마토도 있지…….”
“딸기도 있지요.”
계산대에 있던 나도 덩달아 거들자, “이렇게 먹을거리 풍부한 세상 얼마나 좋아요?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크게 웃으셨다.
참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손님이다. 그분의 밝은 음성과 웃음이 곧 ‘행복 바이러스’로 내게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래, 나도 참 행복하구나.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는 마트, 밤 12시까지 항상 열려 있는 동네 마트에서 늘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과자 하나 달랑 손에 쥐고도 방긋 웃던 아이들, 꼭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흡족해 하던 어른들……. 그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나야말로 진정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집 근처 마트에서 새 일자리를 얻고 계산대에 선 것이 꼭 두 달이다. 밤늦게 가끔 취객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말 한마디로 힘을 실어주는 분도 많다.
계산하는 짧은 시간에도 그들의 표정을 읽고, 그들의 사소한 고민을 듣기도 한다. 감기가 심해 통 입맛이 없다는 분, 아픈 강아지 안고 병원을 다녀왔다는 분, 김장할 일이 걱정 태산이라는 분…….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양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분도 있다.
“다리는 어쩌다 다치셨어요?”
“화상을 좀, 전기장판에…….”
“어머, 큰 일 나겠어요. 조심하세요.”
“좀 어떠세요? 어제보다는 걸음걸이가 많이 좋네요.”
단골 중에 갑자기 다리를 절며 나타난 젊은 남자 분과 연이틀 나눈 대화이다. 금방 목욕탕에서 나왔는지 젖은 머리로 떨고 있는 여자 분께 “감기 걸리겠어요”하며 점퍼 모자를 직접 씌워 드린 적도 있다.
묵묵히 물건만 파는 마트가 아닌,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이웃이고 싶다. 그들에게 향한 작은 관심과 인정이 곧 내가 행복해지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자정까지의 근무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 마트의 밤은 내가 지킨다’는 아줌마의 강한 정신으로 재무장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이 웃어보자. 그래서 나도 정말 행복하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다.

 

 주 성 미 (괘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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