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1 호

시의 풍경 20 - 5일장에 가다

 

                                                               진명주 (시인)

 

나무 되고 싶은 날은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 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판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는
노천시장에선 구겨진 천 원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 주는 곳
깎아라, 말아라, 에잇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 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의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봉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이면우, 〈노천시장〉 전문

 


막 쪄낸 어묵의 냄새가 강렬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김이 서린 좌대 앞에서 어묵을 먹고 있는 사람들, 주인 따라 개 한 마리 포식 중이다.


우연히 들른 날이 5일 장날이다. 골목 끝, 어둠이 자루처럼 무거운 제 몸을 질질 끌며 들어서고 있었다. 군데군데 장을 마감하고 떠난 이들의 자리가 움푹하니 구멍을 내고 있었다. 파장 분위기다. 서둘러야 한다.


떠리미를 외치는 사람들. 천수만에 철새들이 돌아오듯이,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가 시작되듯이 왁자하니 활기가 넘친다. 무엇이 있을까? 골목 시장 끝까지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중간중간 몇 군데 눈도장을 찍는다. 한번 주욱 훑어보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온다.


활시위처럼 팽팽한 시선들. 쳐다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라. 좌판에 깔린 상품으로만 눈을 주다 이크, 빨간 다라이 앞의 할머니 손짓에 딱 멈췄다. 호물호물, 웃음이 백마디 외침보다 강하다. 셈을 마치고 돌아서기 무섭게 다시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덤을 얹는 손저울들이 푸짐해진다. 동태를 팔던 젊은 아낙이 드디어 떨이를 했다. 활짝 웃는 아낙의 두 볼이 발갛다.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의 엉덩이처럼 빨간 꽁지에 불을 매달고 가는 자전거. 내일 아침 저이의 밥상에는 시원한 동태국이 오르겠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깜빡이를 켜며 잠시 유턴하면 생각지도 못한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이 불특정 다수에게 마른 꽃가루를 뿌리며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끝을 스치는 알싸함이 밝은 알전구를 켜고 우리를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행복은 그리 크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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