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소식지 : 201 호

‘엄친아’와 ‘아친남’

 

 

TV를 켜면 ‘엄친아’란 말이 나온다. ‘엄정화와 친한 아저씨’도 아니요, ‘엄마랑 친한 아저씨’도 아니다. 그냥 ‘엄마 친구의 아들’이다.


키 크고, 돈 많고, 학력 좋고, 해외 유학에 영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 엄친아.


거기다가 엄친아의 엄마 아빠는 대기업 간부이거나, 대학 교수이거나, 혹은 의사이거나…. 뭐 이런 식으로 앞뒤가 그야말로 빵빵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기죽이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잘난 애는 뿔난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퍼붓는 잔소리 속에서도 존재한다.


‘엄친아’란 말이 미디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수삼 년쯤 된 듯하다. 인터넷에 나온 만화에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거나 분발을 촉구할 때 흔히 ‘아는 집 아들이나 딸’이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는 세태를 반영한 유행어다.


“어이구 지지리도 못난 녀석. 엄마 친구 아들은 전교 1등이라는데 네가 걔의 반만이라도 닮아 보면 엄마 소원이 없겠다.” “엄마 친구 아들은 군대 가서도 꼬박꼬박 월급을 모으더니 제대하고 나서 부모 효도 여행을 보내줬다는데….” “엄마 친구 아들은 네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올라 그렇게 돈을 잘 번다는데 넌 집구석에서 뭐 하는 거니?”
아∼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일들이다. 학벌 좋고, 잘 생기고, 매너 좋고, 효도하고…. ‘엄친아’는 다 이런 식이다.


날마다 잘난 ‘엄친아’와 비교 대상이 되다 보면 대다수 우리 못난 자식들은 열등의식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들 잘났는데 왜 나만 못났을까. 그런 열등의식은 우울증을 부른다고 하지 않나.


거기다가 요즘 기혼 남성들은 ‘엄친아’의 또 다른 버전인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친남’ 역시 하나같이 돈도 잘 벌고, 집안일도 열심히 도와주며, 기념일이면 아내를 감동시키는 이벤트도 잊지 않는 ‘완벽남’이다. 하지만 내가 여자라도 같이 살고 싶을 정도인 그런 ‘아친남’은 세상에 흔하지 않다. 그냥 마누라 잔소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친남’이라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우리 가정의 아이들, 그리고 오늘도 직장에 나가서 잘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열심히 일하는 아빠들, 모두 ‘엄친아’와 ‘아친남’에 기죽지 말자.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고 결코 기죽지 말자. 중요한 건 현재의 내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것이 정답 아닐까.


홍 명 호

(학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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